갤럽 조사, 남편 오바마 3위
소탈·활기…패션 감각까지
재클린·힐러리의 장점 겸비
소탈·활기…패션 감각까지
재클린·힐러리의 장점 겸비
올해 미국 정치의 ‘위너’(승자)로 버락 오바마가 아닌, 미셸 오바마가 꼽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28일 발표한 ‘올해의 정치적 승리자’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미셸 오바마가 승리자’라고 답해 올해 미 정치권의 최고 ‘위너’로 평가됐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70%)이 그 다음이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58%로 3위에 머물렀다. 갤럽 이외 단순 여론조사에서도 오바마의 지지율이 40%대 중후반에 머무는데 반해 미셸은 60%대 중반으로 부부간 격차가 크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 의원들이 구원투수로 오바마보다 미셸을 더 원하는 이유다. 현재 퍼스트레이디실에 접수된 내년 행사 참석 요청서가 수천 건에 이른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상은 크게 60년대의 재클린과 90년대의 힐러리로 나눌 수 있다. 미셸은 이 둘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검은 재클린’으로 불릴만큼 뛰어난 패션감각을 뽐내면서 힐러리 못지않은 실력도 발휘하고 있다.
취임 첫해 오바마는 의료보험 개혁, 아프가니스탄 미군 증파 등 미국 사회를 양분하는 아젠다 늪에서 피곤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미셸은 탈정치를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청바지 차림으로 백악관 텃밭에서 유기농 농작물을 가꾸고, 건강 어린이대회에서 훌라후프 솜씨를 보여주고, 여고생들과 백악관 여성관리들을 연결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출범시키는 등 늘 활기찬 모습으로 비쳤다. ‘패션’ 외에도 ‘자신감’, ‘긍정적 사고’, ‘건강’ 등으로 확대된 미셸의 아이콘은 바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이 잃어버렸던 것들이었다.
대통령 부인이지만 대중식당도 종종 찾고, 패션모델 표지모델로도 스스럼없이 나서고, 백악관 앞 ‘파머스 마켓’(농민들이 자신들이 재배한 농작물을 직접 파는 노천시장)에서 야채와 과일을 사고, 토크쇼 프로그램인 ‘오프라 윈프리 쇼’나 ‘제이리노 쇼’에 나와 “남편이 발을 잘 안 씻는다. 담배를 너무 피운다. 딸 아이 공부가 제일 걱정이다”라고 말하는 등 여느 주부와 같은 모습도 친근감을 더해갔다. 이런 행동들이 잘 꾸며진 이미지 조작이라기보단,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것이 미셸의 진정한 매력이다.
미셸은 프린스턴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이다. 백악관에 들어가기 전 시카고 대학병원 부원장 시절에는 남편보다 연봉이 두 배나 많았다. 그러나 미셸은 시청 노동자의 딸로, 시카고의 가난한 흑인동네에서 자랐다. 미국인에게, 특히 흑인여성들에게 미셸은 하나의 워너비(닮고 싶은 사람, Wannabe)가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올해 패션계의 인물로 미셸과 사라 페일린을 들면서, 특히 미셸에 대해 “때때로 니나리치, 준야 와타나베 등 매우 값비싼 외국브랜드의 옷을 입기도 하지만, 이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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