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케네디 사망, 연말엔 여객기 테러 미수 등 발생
미국 대통령은 휴가도 맘 편히 가기 힘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열흘 남짓 일정으로 고향인 하와이에서 연말연시 휴가를 보내고 있다. 휴가를 떠날 때만 해도 의료보험 개혁안의 상원 단일안이 24일 아침 통과돼 오랜만에 홀가분한 상태였다. 백악관도 당초 휴가 기간 중 어떤 뉴스나 공식 발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휴가 떠난 다음날, 디트로이트행 여객기 테러 기도 사건이 터진데 이어 3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지부 폭탄 테러 사건까지 터졌다. ‘휴가’는 사실상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바마는 휴가지에서 30일 아프간 지부 폭탄테러 보고, 31일 여객기 테러 기도 사건 조사 추가 브리핑, 새해 1일 국가안보 보좌관들과 테러 기도 사건 논의, 2일 주례 라디오 연설 등 사실상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으로부터 “왜 휴가를 중단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지 않느냐”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휴가 일정 단축이나 중단은 국민에게 과도한 위기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 휴가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온 뒤, 5일 관련 부처 장관급 회의를 소집해 이번 테러 사건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한다.
오바마는 올여름 매사추세츠주 고급휴양지 마서즈 빈야드 섬에서 가진 취임 이후 첫 휴가 때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연임 발표 및 예기치 못했던 에드워드 케네디 전 의원의 사망으로 휴가 중간에 보스턴까지 가 장례식에 참석하는 등 제대로 못 쉬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크리스마스 휴가를 백악관이나 캠프 데이비드(미 대통령 공식 별장)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낸 대통령은 오바마가 처음이라고 지적하며 쓴소리를 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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