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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느는 건 빚뿐…미 대학생도 ‘등록금 속앓이’

등록 2010-01-05 20:06수정 2010-01-06 00:33

지난 30년간 미국 대학등록금 인상률과 중상층 소득증가율
지난 30년간 미국 대학등록금 인상률과 중상층 소득증가율
20여년간 학비 120.7% 상승…주정부 교육재정 축소 탓
학자금 대출 1년새 25% 늘어… ‘졸업 전 파산’ 속출 우려
미국인들에게 대학이란 ‘돈 없어도 공부만 잘하면 가는 곳’이란 믿음이 강했다. 한국처럼 엄청난 과외비도 필요 없었고, 예전엔 등록금도 비싸지 않았으며, 각종 장학금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산층 자녀들의 대학 가는 길이 험난해지고 있다. 이는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이라는 ‘아메리칸드림’의 한 축이 흔들린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교육부와 인구통계국 자료를 보면, 1980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대학 등록금(기숙사비 포함)은 120.7%가 올랐고, 미 중산층의 가계소득은 고작 17.6% 올랐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2008년 7월부터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인 미국에서 가격이 오르는 건 ‘대학 등록금’뿐이다. 특히 학비가 싼 주립대학들이 이를 주도해 중산층을 더 힘들게 한다. 지난해 등록금 인상률은 사립대학이 평균 4.4%인데 공립대학은 6.0%였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은 무려 32%나 올렸다. 이 때문에 버클리대 등 유시(UC) 계열 대학 각 캠퍼스에서 시위가 잇따랐다.

등록금 인상의 가장 큰 이유는 주정부 교육재정 축소다. 재정난에 직면한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2년 동안 공립대학 예산을 20% 줄였고, 올해도 지난해(8억달러)보다 더 많은 13억달러의 재정을 줄일 계획이다. 사정이 낫다는 버지니아주도 공립대학 예산을 15% 줄였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떠넘겨진다. 그런데 실업률이 10%를 넘는 상황이라 부모들께 손 벌리기도 힘들고, 변변한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다. 결론은 학자금 대출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미 연방정부의 학자금 대출이 전년보다 25% 늘었다고 보도했다. 역대 최고 인상률인 1994~1995년의 17%를 넘는다. 미국 대학생의 3분의 2가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로 감당하고 있다. 지난해 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부채가 2만3186달러인데, 올해 부채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이제 졸업 전에 ‘파산 선언’부터 하는 경우도 잇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교육계는 당국이 등록금을 낮추기보단, 학자금 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센트럴미시간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코디 솔로는 올해 졸업 때까지 대출받는 학자금이 6만달러다. 취업을 못하면 갚을 길이 막막하지만, 취직이 쉽지 않다. 건설회사에 다니던 아버지는 2008년 실직했다. 제크 레셰츠(31)는 학부, 로스쿨을 졸업하느라 17만5000달러를 대출받았다.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약혼자도 있지만 빚 갚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 칼리지의 앤서니 막스 학장은 “교육의 질, 아니면 자질은 있지만 학비 지급 능력이 없는 자, 둘 중 어느 쪽을 희생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며 “둘 다 다음 세대 미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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