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들 소집해 ‘정보 통합 실패’ 강력 질타
영 언론도 분석력 의문 제기…조직개편 할 듯
영 언론도 분석력 의문 제기…조직개편 할 듯
미국 여객기 테러 기도 사건과 미 중앙정보국(CIA) 아프간 기지 자살폭탄 테러가 잇따르면서 미국 정보기관들이 혹독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5일 미국의 20개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들을 긴급소집한 회의에서 ‘정보 실패’ 책임을 강하게 질타했다. 오바마는 “정보가 충분히 분석되거나 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정보 수집에 실패한 게 아니라 이미 가진 정보를 통합하고 이해하는 데 실패한 것이란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아프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의 정보 책임자인 마이클 플린 미군 소장은 4일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칸 안보센터’(CNAS)를 통해 낸 보고서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이 무장세력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느라, 미군과 동맹군들의 작전 환경과 주둔지역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똑똑하고 열정적인 정보 분석가들이 생생한 현장정보에 굶주려 있으며, 자신들의 업무가 마치 점쟁이 같다고 푸념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장교들은 정보기관의 정보보다 미국의 신문들에서 더 유용한 현지정보를 얻고 있다고도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가인 로버트 피스크는 6일 “미국이란 나라의 욕망이 CIA를 겉으로만 친구인 자들을 믿게 만들고 적들의 인간성을 말살하는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에서 돈으로 현지 무장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은 쉽지만, 정보원을 매수하는 것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들은 미국 정보기관들의 정보 판단과 분석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제기여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정보기구 조직과 운용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플린 소장은 보고서에서 미국 정보기구들의 “급격하고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첩보 수집팀들의 현장 활동을 저널리스트에 가깝게 강화 △민간 영역팀들의 정보 통합 △업무 분류를 기능별 계선에서 지리학적 계선으로 개편 △정보중개팀(인포메이션 브로커)에 모든 정보 제공 등이 그것이다.
미 국방부는 플린 보고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브라이언 화이트먼 국방부 대변인은 “그런 성격의 보고서를 (공개적으로) 출간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변칙적”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는 그러나 “(보고서가) 정보 분야의 일부 부족한 점에 대한 솔직한 평가라고 생각한다”며 국방부 관리들이 보고서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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