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하는 미국 의회의 청문회에 나온 닉슨 대통령. (왼쪽) <한겨레> 자료사진
닉슨 도서관, 당시 메모 등 공개
기사축소 ·편집국장 해임 요구
기사축소 ·편집국장 해임 요구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던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쪽이 이 사건을 추적보도하던 <워싱턴 포스트>에 대해 사실상 언론탄압을 시도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12일 ‘닉슨 대통령 도서관’이 공개한 기록물을 근거로, 당시 닉슨 대통령 특별고문이던 찰스 콜슨이 <워싱턴 포스트>에 대해 기사 축소와 편집국장 해임 등을 요구하며 “백악관과의 관계가 변하지 않으면,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이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재정난 타개를 위해 주식의 시장공개를 추진하고 있었다. 콜슨은 자신의 비망록에 1973년 1월12일 <워싱턴 포스트>의 주식 시장공개를 맡았던 뉴욕투자은행 라자드 프레레스의 파트너인 로버트 엘스워스 전 하원의원을 만나 “<워싱턴 포스트>와 백악관의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면 신문사의 재정적 어려움이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콜슨은 이어 “백악관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면 신뢰의 징표를 보여야 한다”며 대통령이 베트남전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를 다루는 우호적 사설 게재, 벤 브래들리 편집국장 해임, 1면에서 다루던 워터게이트 사건보도의 안쪽 지면 배치 등을 엘스워스 전 의원에게 제시했다. 당시 닉슨은 <워싱턴 포스트>를 보수 성향의 피츠버그 백만장자인 리처드 멜론 스카이프가 인수하도록 하는 계획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콜슨은 또 비망록에 “백악관이 경쟁지인 <워싱턴 스타>에 기사거리를 제공하고, <워싱턴 포스트>의 두 개 텔레비전 방송국 허가도 어려워져 신문사의 재정 전망이 어두울 것”이라고 적어 고사작전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워터게이트 사건 용의자들은 기소돼 유죄평결을 받았고, 닉슨 대통령은 사임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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