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피 등 책임회피 급급…기름유출 400만 갤론 넘어
11일 미국 의회 청문회장에서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고에 대한 책임 공방이 오갔다.
이날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영국계 석유회사 비피(BP)와 스위스업체인 트랜스오션, 시추 관련 장비 및 서비스 공급업체인 미국의 핼리버튼을 대표해 나온 최고경영자(CEO)들이 나란히 앉은 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비피아메리카의 라마 맥케이 회장은 “안전장치 결함 때문에 원유 유출을 막지 못했다”며 “시추작업 안전 책임은 트랜스오션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트랜스오션 쪽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뉴먼은 “오일 및 가스 생산 프로젝트의 작업 주체는 비피”라고 맞받았다. 핼리버튼 쪽 시이오인 팀 프로버트도 “비피의 시추계획에 맞춰 작업했을 뿐”이라며 역시 비피 쪽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이들은 민주·공화당을 막론하고 의원들의 맹렬한 비판을 들어야 했다. 에너지·천연자원위 위원장인 제프 빙거먼(민주·뉴멕시코) 의원은 “이번 실패를 ‘예상할 수 없었던 사고’로 규정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해 이번 사고가 ‘인재’임을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장에서는 8명의 시민운동가들이 방청석에 앉아 검은 티셔츠를 입고, 눈 주위에 기름으로 눈물방울을 찍은 채 침묵시위를 벌였다. 청문회는 12일에도 계속된다.
이와 함께 멕시코만 원유 유출 확산을 막기 위한 안간힘은 계속되고 있다. 비피는 이른바 ‘탑 햇’(top hat)이라 불리는 소형 차단 돔을 만들어 이를 11일 현재 배에 실어 사고 해역으로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비피는 이 소형 차단 돔을 잠수함과 해저 로봇을 이용해 원유가 유출되고 있는 해저 철제관 위에 덮어씌워 유출을 막을 계획인데, 계획이 성공하면 13일께 덮개가 씌워질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군 당국은 육군 헬리콥터와 공병대의 불도저 등을 투입해 해안에서 내륙 습지대로 원유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모래 댐 축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방위군은 인근 교도소 수감자들까지 동원해 백사장에서 모래를 퍼담아 주머니를 만든 뒤 블랙호크 헬기 등으로 습지대 인근 해안으로 실어나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번 사고로 원유 400만갤런이 유출됐고, 기름 유출은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다.
한편, 비피는 이번 원유 유출사태로 일어난 경제적 피해에 대해 모두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보상 액수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