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컨들 날지 못하고 절뚝…미, 늑장대응 BP에 “배제” 경고
멕시코만 원유 유출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배러테리아만에 살고 있는 펠리컨 상당수는 날지 못한다. 온몸이 기름으로 범벅이 돼, 기껏해야 절뚝거리며 걸을 수 있을 뿐이다. 펠리컨들은 물에 뛰어들어 텀벙거리고, 부리로 날개에 묻은 기름을 떨어내려 하지만 소용없다. 펠리컨 둥지와 알들도 기름 때문에 시커멓게 코팅되다시피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23일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가 지난달 20일 최초 발생 후 한달이 넘어가면서 이처럼 환경 피해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루이지애나주 주지사 보비 진달은 “해안가 65마일(104㎞)이 기름으로 오염됐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사고 업체인 영국 비피(BP)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켄 살라자르 내무장관은 이날 “비피가 이번 사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비피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이번 대응에서 배제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태다. 비피의 원유 유출량 추정도 과소평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비피는 하루 약 21만갤론(5200배럴)이 유출될 것으로 추정했으나, 지난주 튜브를 통해 일부 수거했던 유출 원유만도 하루 21만갤론(5200배럴) 수준이다. 지금까지 최소 원유 600만갤론(14만배럴)이 새 나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원유 유출 양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 중 하나로 꼽히는 1989년 엑손발데즈호(약 26만배럴 유출) 사건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인 해결 방법은 감압 유정을 파는 것이나, 이 방법은 한달 가량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피해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행정부가 정치적 타격을 우려하며 비피에 ‘까칠한’ 말을 쏟아내는 배경이다. <에이피> 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들조차 비피가 미 정부보다 사고 대응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것을 인정한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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