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도박, 마약(마리화나) 규제 완화 중인 미국의 주
38개주 890억달러 적자…술·마약도 규제 완화
공공서비스 축소·유료화…대학 등록금 인상도
공공서비스 축소·유료화…대학 등록금 인상도
지난달 초 미국 오하이오주의 주도인 콜럼버스의 한 자동차 부품공장 건물 해체작업에 지역 정치인 등이 대거 참석해 기념식을 열었다. 이 공장부지에 카지노가 들어서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작 카지노 신설을 추진한 테드 스트릭랜드 주지사는 맘이 편치 않았다.
목사 출신인 그는 그동안 도박산업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더 걷는 ‘역누진세’라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중심지인 오하이오는 미 자동차산업 몰락과 함께 쇠락했다. 주 실업률은 11%로, 50개주 중 10번째다. 지난해 주지사는 2500여명의 주정부 직원을 잘랐고, 두 곳의 자선병원과 두 곳의 청소년교정시설 문을 닫았다. 그래도 더 줄여야 했다.
지난해 6월, 주 재정담당 책임자는 주지사에게 재정의 심각성을 설명하면서 도박업으로 재정을 창출하지 않는다면, 치매환자 및 정신박약아동 지원을 중단해야 하고, 만성질환자의 산소탱크 지원도 중단해야 한다고 감축 항목을 하나씩 들었다. “그만.” 산소탱크 얘기까지 나오자, 주지사는 브리핑을 중단시켰다. 6일 뒤, 주지사는 비디오 복권기계 설치 허용 법안을 주의회에 제출했다. 11월에는 카지노 신설법안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1990~2000년대에 주민투표에서 4번이나 부결됐으나, 이번에는 찬성표가 더 많았다.
오하이오주 같은 사례는 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2011 회계연도에 38개주가 모두 89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주정부는 3대 ‘악의 산업’으로 불리는 도박, 술, 마약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여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도박업 확대를 추진하는 곳이 10여개주, 마리화나 합법화를 추진하는 곳이 6개주다. 또 2008년 이후 5개주가 일요일 주류 판매금지를 허용으로 바꿨다. 디트로이트 시의회는 지난 3년 동안 스트립 클럽을 시에서 쫓아내려 애썼다. 그러나 올해는 스트립 클럽에서 술 판매를 허용하도록 하자는 법안을 토론중이다. 스트립클럽은 몰락한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에 매년 400만달러와 7000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주정부들은 ‘악의 산업’ 유치 외에도 갖은 형태로 주재정 축소에 애쓴다. 면적이 서울만한 주립공원에 경비원을 1명만 둔다든지, 인명구조원 월급을 아끼려 공공수영장 문을 아예 닫는다든지, 공원 야영장을 이용하려면 근처 잔디를 깎는 자원봉사를 해야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공원 관리는 점점 엉망이 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북쪽 버뱅크, 글렌데일, 패서디나 등 3개 도시는 공공서비스 통합 방안도 모색중이다. 이때, 공무원 감원은 필수적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노인과 장애인 가정 간병서비스 등을 공공 건강보험 프로그램에서 제외시키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이외에 주립대학의 등록금 인상은 이미 연례행사처럼 실시되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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