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1일(현지시각) “북한이 앞으로 수주간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며 “미국의 대응은 북한의 행동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엔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북한의 적극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의 6자회담 재개 요구를 사실상 우회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필립 크라울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봄까지만 해도 우리가 하려고 했던 일들(6자회담 재개)이 있었으나,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그런 행동을 추구할 수 없게 됐었다”고 밝힌 뒤, “우리는 당시 시점으로 되돌아갈 용의가 있으나 이는 북한의 행동변화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크라울리 차관보는 북한이 선행해야 할 구체적 행동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 행동을 중단하고, 2005년 (9·19) 성명에 따른 약속 등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뒤, “북한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금까지 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라울리 차관보는 “중국은 중국대로의 생각이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생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이날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6자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중요한 수단”이라며 “현 상태로는 6자회담 재개까지 어려움이 많지만, 당사국들이 조속한 재개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표는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가능성에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날 버지니아 콴티코의 미 해병대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위기’ 주제 세미나에서 “6자회담이 가까운 시일 안에 열릴 가능성은 없다”며 “북한은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 권력승계 문제 등이 불안정한 상태여서 핵무기 포기를 통한 타협보다 핵무기를 바탕으로 한 체제 유지가 더욱 시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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