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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첨단기술 75%·행운 25%가 만든 기적

등록 2010-10-15 09:15

칠레 광산 구조작전 기록들
칠레 광산 구조작전 기록들
생존율 100% 비결은
우주선·잠수함 기술로 시추
미 나사, 탈출기구 제작 도와
매몰지점 넓은 공간도 한몫
칠레 산호세 광산 광부 33명의 구조작업은 69일간의 기나긴 기다림과는 달리 22시간여 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그러나 40분마다 1명씩 지상으로 올라오는 단순해 보이는 작업은 사실 첨단기술과 배짱, 운이 맞아떨어져 만들어낸 승리라는 게 구조작업 참여자들의 말이다. 지형학자 마카레나 발데스는 “구조작업의 성공은 75%의 기술에 25%의 기적이 더해진 결과”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말했다

지난 8월5일 갱도 붕괴 직후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짐작되던 광부들의 생존을 사고 17일 만에 확인했던 탐색작업부터 보통 일은 아니었다. 이들이 살아있다면 갱도의 어느 정도 깊이에 어느 방향에 있을지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칠레 정부는 즉각 탐색 구멍 뚫기에 착수했다. 구조대는 몇차례 실패를 겪고 나서야 구멍 저편에서 광부들이 보내는 “우리는 살아있다”는 메모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작업을 지휘한 발데스는 “700m 거리에 있는 모기를 권총으로 맞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광부들의 생존이 확인된 뒤 뚫기 시작한 구조용 구멍도 외과수술적 정교함이 필요했다. 현대 시추 기술은 10㎞ 깊이까지 구멍을 뚫을 수 있지만, 지하자원이 아닌 사람을 무사히 꺼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71㎝ 너비의 구멍을 뚫는 데는 기존 시추 기술에 우주선 및 잠수함 사용 기술이 적용된 기기들이 동원됐다. 이 작업은 굴착구간의 마지막 100m를 앞두고서는 단단한 화산암반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8년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 광산 붕괴 사고의 구조에 참여했고 이번 작업에 드릴을 제공한 센터록의 최고경영자 브랜던 피셔는 <타임> 인터뷰에서 “산호세의 화산암반은 펜실베이니아 광산 암반보다 3배는 딱딱해 분쇄 물질이 많이 나오고 굴착 방향이 어긋날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한계에 봉착한 작업은 결국 드릴을 몇㎝ 깎아낸 뒤에야 다시 가능해졌다.

구멍이 다 뚫려갈 때쯤 칠레 해군이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도움을 받아 만든 기발한 탈출기구 ‘피닉스’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통신장비 등을 단 ‘피닉스’도 구멍 붕괴 때는 위험하기 때문에 케이스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땅속에서 장기간 갇혀 있는 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것은 굴착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었다. 구조대는 의사와 심리학자가 광부들과 비디오 통화를 하도록 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이들의 박테리아 감염을 막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칠레 국영 구리업체인 코델코의 이사회 의장 헤라르도 호프레는 “이번 일은 세계 광산 구조사에서 기념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3명이 무사히 돌아온 데에는 천우신조라고 할 수밖에 없는 행운도 한몫을 했다. 붕괴 사고 당시 33명이 점심식사를 위해 한자리에 모여 있었고, 그곳이 거실 크기로 비교적 넓은 공간이었다는 점이 생존율 100%를 가능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이보다 상당히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면 산소 부족 때문에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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