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구도 변화는
미국의 이번 중간선거에선 선거기간 내내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다가, 선거 막판 무관심했던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공화당은 승리를 확신하고 벌써부터 1000억달러 재정지출 감축, 감세, 의료보험 및 금융 개혁 제동 등 선거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또 <뉴욕 타임스>는 이날 “민주당이 텃밭에서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초박빙 지역으로 꼽히는 콜로라도·일리노이·네바다·펜실베이니아·웨스트버지니아·워싱턴 등 6개주는 모두 민주당이 의원직을 갖고 있는 곳이다. 롬바도 컨설팅그룹 회장인 스티브 롬바도는 최근 민주당의 막판 상승세에 대해 “정치적 환상”이라며 “언론의 흥미 위주 보도”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선거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크게 움츠러들 것으로 보인다. 이전처럼 개혁법안을 추진하는 게 거의 힘들어질 뿐 아니라, 일반행정에도 상당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원의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인 마이크 펜스 의원은 지난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이좋게 지내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으로서도 다수당이 되는 순간, 정치적 책임이 부과돼 오히려 이전보다 초당적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역설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최근 <에이피> 통신 인터뷰에서 “세금, 무역, 경제정책 등에 관해 오바마 대통령과 더 긴밀히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도 지난 24일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며 “이번 중간선거 패배가 오히려 2012년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패했으나, 재선에는 성공한 바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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