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추가 문서공개
핵심 산업시설·자원정보 보고하도록 외교관에 지시
‘인권침해 논란’ 국내법 근거…“주재국 몰래” 요구도 슈퍼파워 미국이 ‘글로벌 전당포’ 주인 행세를 하는가. 미 국무부가 순전히 자국법에 근거해 자국 외교관들로부터 주재국의 핵심 산업시설과 자원정보 목록을 몰래 수집해온 사실을 5일 위키리크스가 자체 웹사이트에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미 국무부는 2009년 2월18일 자국 외교관들에게 보낸 ‘정보 요구: 국외 소재 핵심 산업기반 및 핵심 자원’이란 제목의 전문에서 “손실되면 미국의 공중보건과 경제안보, 국내외 안보 등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산들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2008년 조사에 더해, 각 자산을 재평가하고 정보를 갱신하라”는 주문과 “주재국 정부와 협의해선 안 된다”는 주의 사항도 명시했다. 명분은 테러 대비이지만, 사실상 일방적으로 비밀리에 자국 외교관들을 산업스파이로 활용해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미 국무부는 이런 지시가 9·11 테러 직후 신설된 애국법(Patriot Act)과 국토안보부의 ‘국가기반시설보호계획’(NIPP)에 근거한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애국법은 미국 안에서조차 격렬한 ‘인권침해’ 논란 끝에 제정된 것이며, 국토안보부의 ‘보호계획’은 ‘핵심기반 시설’을 18개 분야로 광범위하게 분류해, 사실상 웬만한 산업시설과 자연자원, 지정학적 요충지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이처럼 방대하다 보니, 국무부는 구체적 판단 기준으로, ①물리적 직결성(파이프라인, 해저 통신케이블, 미 국경 근접성), ②독과점 자산(필수 천연자원, 희귀산업, 정보통신 허브), ③세계공급망 요충지(호르무즈 해협, 파나마 운하, 주요 항구)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2008년 조사 목록에는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중국 등지의 코발트·크롬·망간·니켈·텅스텐 등 희귀금속에서부터, 우리나라의 부산항으로 연결되는 동아시아횡단 해저케이블을 포함한 전세계 주요 해저케이블, 희귀약품 생산 제약업체, 독일 바스프 화학산업단지, 영국 군수산업체 비에이이(BAE), 산유국들의 원유정제시설, 주요국들의 핵발전소, 국경 철도터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나딤 파이프라인 등이 망라돼 있다. 이에 따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 문건은 위키리크스가 지금까지 폭로한 것 중 가장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맬컴 리프킨드 전 영국 외무장관은 “이번 정보들은 테러리스트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들”이라며 “전문 폭로는 위키리크스가 무책임하고 범죄조직에 가깝다는 더 분명한 증거”라고 비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인권침해 논란’ 국내법 근거…“주재국 몰래” 요구도 슈퍼파워 미국이 ‘글로벌 전당포’ 주인 행세를 하는가. 미 국무부가 순전히 자국법에 근거해 자국 외교관들로부터 주재국의 핵심 산업시설과 자원정보 목록을 몰래 수집해온 사실을 5일 위키리크스가 자체 웹사이트에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미 국무부는 2009년 2월18일 자국 외교관들에게 보낸 ‘정보 요구: 국외 소재 핵심 산업기반 및 핵심 자원’이란 제목의 전문에서 “손실되면 미국의 공중보건과 경제안보, 국내외 안보 등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산들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2008년 조사에 더해, 각 자산을 재평가하고 정보를 갱신하라”는 주문과 “주재국 정부와 협의해선 안 된다”는 주의 사항도 명시했다. 명분은 테러 대비이지만, 사실상 일방적으로 비밀리에 자국 외교관들을 산업스파이로 활용해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미 국무부는 이런 지시가 9·11 테러 직후 신설된 애국법(Patriot Act)과 국토안보부의 ‘국가기반시설보호계획’(NIPP)에 근거한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애국법은 미국 안에서조차 격렬한 ‘인권침해’ 논란 끝에 제정된 것이며, 국토안보부의 ‘보호계획’은 ‘핵심기반 시설’을 18개 분야로 광범위하게 분류해, 사실상 웬만한 산업시설과 자연자원, 지정학적 요충지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이처럼 방대하다 보니, 국무부는 구체적 판단 기준으로, ①물리적 직결성(파이프라인, 해저 통신케이블, 미 국경 근접성), ②독과점 자산(필수 천연자원, 희귀산업, 정보통신 허브), ③세계공급망 요충지(호르무즈 해협, 파나마 운하, 주요 항구)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2008년 조사 목록에는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중국 등지의 코발트·크롬·망간·니켈·텅스텐 등 희귀금속에서부터, 우리나라의 부산항으로 연결되는 동아시아횡단 해저케이블을 포함한 전세계 주요 해저케이블, 희귀약품 생산 제약업체, 독일 바스프 화학산업단지, 영국 군수산업체 비에이이(BAE), 산유국들의 원유정제시설, 주요국들의 핵발전소, 국경 철도터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나딤 파이프라인 등이 망라돼 있다. 이에 따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 문건은 위키리크스가 지금까지 폭로한 것 중 가장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맬컴 리프킨드 전 영국 외무장관은 “이번 정보들은 테러리스트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들”이라며 “전문 폭로는 위키리크스가 무책임하고 범죄조직에 가깝다는 더 분명한 증거”라고 비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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