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에드워즈
유방암 투병…오바마도 애도
시련·용기 상징 남편 인기 능가
시련·용기 상징 남편 인기 능가
미국의 주요언론들은 7일 일제히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부인 엘리자베스 에드워즈(61·사진)가 노스캐롤라이나의 자택에서 이날 숨졌다고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발표했다.
한 정치인 아내의 죽음에 왜 이토록 큰 사랑과 연민을 표시한 걸까?
그는 2006년 민주당의 대선후보 중 가장 진보적인 후보로 불렸던 에드워즈 전 의원이 혼외정사로 아이를 가진 사실이 올해 초 밝혀진 뒤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으며, 2004년부터 유방암 투병 생활을 해왔다. 스스로를 ‘안티 바비(인형)’라 자처하며 동성애자 결혼 지지 등 수많은 진보적 이슈에 앞장서 ‘엘리너 루스벨트 이래 미국 정치인 아내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불리기도 했다.
엘리자베스가 미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가 인생의 많은 아픔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성공한 변호사인 남편과의 행복에 닥친 첫 시련은 1996년 아들 웨이드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2년간 집에서 멍하니 지냈고, 슈퍼마켓에서 아들이 좋아했던 ‘체리코크’를 보고선 주저앉아 울곤 했다.
그를 밖으로 끌어낸 건 남편의 상원의원 출마였다. 98년 그는 남편의 선거운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그는 여느 정치인 아내와 달리, 매일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최전선에 섰다. 늘 용기와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인기는 남편을 능가해 선거운동 기간 그의 유세버스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탄 주부 지지자들로 가득찼다.
그의 또한번의 시련은 2004년 유방암 선고였다. 죽음의 그림자에 시달렸던 그는 아이들이 자라서 볼 수 있도록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배우자를 만나야 하는지 등을 미리 적어놓는 등 함께하지 못할 날들을 위한 준비도 해왔다.
그의 마지막 시련은 사랑하던 남편에게서 왔다. 암 투병 와중에도 남편을 위해 온 힘을 쏟았던 그는 2006년 남편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며칠 뒤, 남편으로부터 직접 외도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는 자서전 <회복>에서 “절규했다. 목욕탕으로 달려가 토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며 중도하차를 요구했지만, 남편은 출마를 강행했고 그는 남편을 도왔다. 언론의 추적으로 2008년 남편은 경선을 포기했다. 상태가 악화된 몇주 전부터 그는 생의 마지막을 남편과 세 자녀와 함께했다고 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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