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 반발 거세…크루그먼 “도덕적 붕괴”
실업급여 연장은 부양 효과, 재정적자는 큰짐될듯
실업급여 연장은 부양 효과, 재정적자는 큰짐될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토록 반대하던 ‘부자 감세안’을 받아들이기로 공화당과 합의한 뒤, 제집 식구인 민주당으로부터 강한 공격을 받는 등 궁지에 몰렸다.
오바마는 지난 6일 공화당과 감세조처 연장안에 합의한 뒤,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자 다음날인 7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변호해야 했다. 그러나 8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백악관과 민주당의 회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서 “(감세안 합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신성한 체하는, 순수한 척하는 오바마의 말이 짜증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계소득 25만달러 미만 중산층에 한해서만 감세안을 연장해야 한다던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이 주장해온 전 계층 감세 연장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당 법안은 지난 2일 하원을 통과했지만, 4일 상원 표결에서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막을 60표를 얻지 못했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는 전 계층의 세금이 모두 오른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정치적 부담을 이길 수 없었다. 내년이면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돼 어차피 법안 통과 가능성은 더 멀어진다.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공화당 주장을 받아들여 감세안을 2년 더 연장하는 대신 실업보험 기간을 1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받아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 및 지지층의 반발은 예상보다 강하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고무적”이라고 평가한 반면,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해 여야가 뒤바뀐 모습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도덕적 붕괴이자 방향성 상실”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에는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가 더 이상 연장되지 않도록 싸우겠다”고 말했지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감세안이 10년 이상 지속된 탓에 이젠 ‘감세 중단’이 아닌 ‘증세’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이번 조처가 어느 정도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은 속속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8일 이번 감세 연장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2차 경기부양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감세 연장보다 실업급여 연장이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내는 등 앞으로 2년간 9000억달러 규모의 지출 효과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이피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도 이번 합의가 내년 미 경제성장률을 0.5~1.0%포인트가량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재정적자다. 감세효과는 단기적인 데 반해, 재정적자는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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