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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아프간전 종식은 미완의 숙제로…

등록 2010-12-15 08:41

반세기동안 분쟁지역 누빈 홀브룩 미 특사 사망
대동맥 수술뒤 못깨어나
‘미 외교의 산증인’ 평가
10·26 때 아태 차관보로
한국 정치에도 깊이 관여

지난 10일 대동맥 파열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리처드 홀브룩 미국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가 13일 숨졌다. 향년 69살.

홀브룩 특사는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당시인 1962년 미 국무부에 들어온 이후, 아시아와 유럽 지역을 담당하는 차관보를 각각 역임하는 등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최전선을 뛰어다닌 미 외교의 산증인이다. 특히 그는 베트남, 보스니아,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 해결사로 명성을 떨쳤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유럽 담당 차관보를 역임할 당시 보스니아 내전을 끝맺은 1995년 데이턴 평화협정은 그의 이력 중 첫 손에 꼽힌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은 나에게, 미 국무부에, 미국에 슬픈 날”이라며 “미국은 가장 치열했던 용사와 가장 헌신적이었던 공직자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임종 직전 그의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미 외교정책에 있어 우뚝 솟은 인물이었다”며 “그로 인해 미국과 세계는 더 안전한 곳이 됐다”고 말했다.

홀브룩 특사는 62년 베트남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애초 언론인이 꿈이었던 그는 72년 공직을 떠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 <뉴스위크> 등에서 일하기도 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운 그는 76년 일약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에 올랐다. 그의 나이 35살이었다. 이때 10·26, 12·12 등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와 맞물려 한국과도 적지 않은 인연을 쌓게 됐다. 10·26 직후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진행되는 정치일정에 깊이 관여했으며, 12·12 쿠데타 직후에는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대사에게 신군부를 견제하는 입장을 취하도록 했다.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국무부를 떠났으나, 그는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언론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외교현장을 방문하는 등 영향력은 여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외교는 그의 삶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93년 독일주재 대사로 돌아왔고, 94년 유럽 담당 차관보를 맡으면서 데이턴 협정을 끌어냈다. 99~2001년에는 유엔주재 대사로 콩고, 앙골라 등 아프리카 분쟁지역 해결에 힘을 쏟았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또다시 공직을 떠났다가 2009년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그의 마지막 공직인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로 임명됐다.

그는 별명이 불도저로, 강하게 밀어붙이며 협박도 서슴지 않은 스타일이었으나 때론 상대방을 구슬리거나 회유하기도 하는 등 협상장에서 상대방의 얼을 빼놓곤 했다고 전해진다. 또 숨지기 한 달 전까지도 성치않은 몸으로 파키스탄을 방문할 만큼 정력적이었다. 전쟁 종식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후보에 7번이나 올랐다. 그러나 평생의 꿈이었던 국무장관직은 그의 차지가 아니었다. 클린턴 행정부에선 매들린 올브라이트에게, 오바마 행정부에선 힐러리 클린턴에게 각각 밀렸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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