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령별 인구분포/미 경제의 베이비부머 비중
노년층 되지만 저축 적어
집값 폭락에 의료비 증가
“절반은 빈곤생활”분석도
*베이비부머: 2차대전 이후 베이비붐 세대
집값 폭락에 의료비 증가
“절반은 빈곤생활”분석도
*베이비부머: 2차대전 이후 베이비붐 세대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 사는 마이클 베네타(61)는 지난해까지 연봉 10만달러를 받는 잔디 회사의 영업 총책임자였다. 그는 일자리를 잃은 적이 없었고, 부자는 아니었지만 풍족하게 살아왔다. 그는 식도락 취미를 가졌고, 새로 나온 전자제품은 곧바로 사는 ‘얼리 어답터’였다. 또 딸이 대학을 다니고 있다. 그런데 지난 1월 그는 회사를 떠나야 했다. 재취업은 힘들었다. 지난 1년간 평생 해본 적 없는 초긴축 생활을 해왔지만, 현재 그의 통장에는 5000달러만 남아 있다. 62살이 되는 오는 4월 그는 정부가 빈곤층이나 노년층에게 제공하는 사회보장연금을 신청하려 한다. 62살이 되면 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이때는 매달 1200달러를 받을 수 있고, 70살 때부터 받으면 금액은 매달 2000달러로 늘어난다.
1960년대 자유의 기수로, 70년대 문화 리더로, 80년대 풍요의 수혜자로 지내왔던 미 베이비붐 세대(베이비부머)들이 노년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빈곤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베이비부머란, 2차대전 이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의 인구폭발 시기에 태어난 이들로, 미 전체 인구의 25%가량을 차지한다. 또 나이가 40~60대로 미 사회의 중추로 소비의 50%를 책임지고 있는 경제 원동력이기도 하다.
베이비부머들도 이제 나이가 들어 만 65살이 되는 이들이 내년부터 하루 1만명씩 생긴다. 이 상황은 앞으로 19년 동안 계속된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미 언론이 소개하고 있다. 미국이 끝없는 호황을 구가하던 시기에 젊음을 보냈던 베이비부머들의 노년은 미 경제의 쇠퇴기와 맞물려, 이들도 상당히 힘든 노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연금과 은퇴를 연구하는 올리비아 미첼 펜실베이니아대 보트너센터 소장은 “베이비부머들이 맞는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은퇴를 위해 효과적으로 저축을 하지 않은데다 너무 일찍 은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긴 호황을 누려 저축의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낀 탓이다.
더욱이 정부의 연금체계는 계속 ‘더 많이 걷고, 덜 주고, 더 늦게 주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자산 투자도 주가와 부동산가격 폭락으로 일그러졌다. 은퇴자들은 주택을 일종의 노후대책으로 구입해 왔는데, 주택 소유자의 22%(1100만명)가 집값보다 은행에 내야 하는 모기지(주택대출금)가 더 많다. 55~64살 베이비부머의 3분의 2가 모기지 빚을 갚고 있는데 평균 8만5000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의료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워싱턴대 마크 랭크 교수는 인구경제 자료를 분석해, 미 노인들 중 절반가량이 곧 빈곤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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