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 일지
9·11 테러 이후 10년간 정처없이 쫓겨다니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온 오사마 빈라덴은 죽은 뒤에도 편히 쉴 땅 한 조각조차 갖지 못하게 됐다. 그의 주검이 아무도 모르는 바다에 수장됐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 복수의 고위 관리들은 2일(현지시각) <에이비시>(ABC) 방송에, 빈라덴의 주검을 특정한 곳에 매장할 경우 나중에 묘지의 소재가 알려져 ‘테러리스트들의 성지’로 변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바다에 수장했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그러나 수장된 곳이 어느 바다인지, 언제 수장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엔엔>(CNN)과 <에이피>(AP) 통신 등 미국의 다른 주요 언론들도 미 당국이 빈라덴의 주검이 수장됐다는 것을 확인해줬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 당국은 “빈라덴의 장례를 이슬람 전통에 따라 적절한 예법으로 치를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세계 최고 테러리스트 수배자의 주검을 받아들이려는 나라를 찾기가 힘들 것이므로, 미국은 그의 주검을 수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슬람 사회에서 망자의 주검은 깨끗이 씻긴 뒤 흰색 수의에 감싸 가능한 한 이른 시간 안에 매장하는 것이 관례지만, 특별한 상황에서는 드물게 수장이 허용된다. 항해 중 숨진 주검이 배가 땅에 닿기 전에 부패할 우려가 있거나, 주검이 적에게 도굴돼 훼손되거나 모욕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그렇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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