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쪽, 조사 허용 계속 요구
미국 정부 고위인사들이 파키스탄에 오사마 빈라덴의 아내들에 대한 미국의 조사 허용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파키스탄 당국이 빈라덴을 비호했는지 알아봐야겠다는 것으로, 양국 관계의 중대한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8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빈라덴의 세 부인과 빈라덴의 은거지에서 수거한 물품들에 대한 접근을 (파키스탄 정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빈라덴의 도피를 도운 세력을 밝혀내기 위해 미국이 그의 부인들을 조사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시비에스>(CBS)에 나와 “파키스탄에 빈라덴을 지원한 네트워크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그들이 (파키스탄) 정부 내부 또는 외부에 있는지 모르지만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2일 새벽 미군이 헬기 공간의 부족으로 놔두고 간 빈라덴의 가족들은 자신들이 조사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또 조사 내용을 현지 언론에 제공하며 미국과는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갈등을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 사례에 비유했다. 미국은 칸이 북한·이란·리비아에 핵기술을 제공하는 과정에 파키스탄 정부가 개입했다고 의심하며 직접 조사를 시도했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이를 가로막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 저널>은 파키스탄의 한 민영방송이 지난 6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파키스탄 지부장의 실명”을 공개한 데 이어 또다른 신문도 그 이름을 실었다고 전했다. 중앙정보국 직원 이름은 비공개 대상으로, 특히 ‘테러와의 전쟁’ 최전선인 파키스탄 주재원들의 이름은 신변안전 등의 문제 때문에 극히 민감한 사항일 수밖에 없다. 미국 쪽은 실명 공개의 배후에 파키스탄 정보부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도 9일 의회 연설을 통해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과 관련한 음모론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미국 쪽이 계속 제기하고 있는 ‘파키스탄의 빈라덴 비호’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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