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득권층 증세 저항이 원인
공화당 ‘빅딜’ 거부…내달 2일까지 타협 안되면 디폴트
공화당 ‘빅딜’ 거부…내달 2일까지 타협 안되면 디폴트
막판 난항을 겪고 있는 미국의 국가부채 상한 협상이 기득권층의 강고한 저항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공화당 의회 지도자들은 11일 세 번째로 백악관에서 만나 협상을 벌였으나 여전히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다음달 2일 이전까지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최강대국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 7일 첫 백악관 회동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은 대타협으로 타결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적자감축 목표를 이전의 ‘10년간 2조달러’에서 ‘10년간 4조달러’로 대폭 늘린 ‘빅 딜 패키지’ 안을 내놓았고, 베이너 의장도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는 공화당 안인 ‘10년간 2조4000억달러’를 넘어선다. 민주당의 ‘부자 감세혜택 폐지’와 공화당의 ‘복지프로그램 축소’를 맞바꾸려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협상 뒤 “건설적 만남이었다”고 말해 타협 가능성을 부풀렸다.
그런데 이틀 뒤인 9일, 베이너 의장은 돌연 ‘빅 딜 패키지’는 불가능하다며 2조달러로 절감 규모를 줄인 ‘스몰 딜’이 현실적이라고 선언했다. 그토록 재정적자 감축을 주장해온 공화당으로선 모순이다.
<뉴욕타임스>와 <폴리티코> 등 미 언론들은 11일(현지시각) 이런 급반전 이유에 대해 베이너 의장이 공화당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인 미셸 바크먼 등 ‘티파티’ 계열의 보수파 의원들은 물론 에릭 캔터 원내대표까지 나서 강하게 반대했다. 이유는 ‘빅 딜’안에는 부유층 감세혜택 중단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증세는 절대로 없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당내 보수파들은 ‘어떤 증세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으려 했다.
민주당 진보진영에서도 ‘빅 딜’안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다. ‘빅 딜’안에는 사회보장 프로그램 예산을 대폭 줄이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소득층 의료보장 제도인 메디케이드의 수혜대상을 줄이고, 노인 의료보장 제도인 메디케어의 수혜가능 연령도 현행 65살에서 67살로 높이는 방안 등을 공화당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자들은 노인복지 혜택 삭감을 포함한 어떤 합의에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제해결을 위해서라면 민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준비가 돼있다. 몇 가지 성역을 건드릴 용의가 있다”고 말해 협상 타결을 위해 당내 반발이나 정치적 손실도 불사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디폴트를 막기 위한 단기처방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임시방편은 고려하지 않겠다. 타결될 때까지 매일 협상을 벌이겠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을 모두 압박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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