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통령 항암치료
“병세회복…내년에 대선 출마”
“병세회복…내년에 대선 출마”
“여러분은 틀림없이 며칠 안에 ‘대머리 차베스’를 보게 될 겁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7일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으로 생중계된 내각회의에서 한 말이다.
최근 대장암 진단을 받고 화학요법을 포함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율 브린너를 기억하세요? 난 율 차베스가 될 겁니다. 벌써 머리카락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농담을 던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율 브린너는 민머리로 유명한 미국 배우다.
차베스는 방송 카메라 앞에서 웃옷을 걷어올려 가슴과 배를 두드리며 건강을 과시하는 한편 “화학요법 탓에 백혈구와 적혈구 수치가 감소했으며, 면역력이 약해져 다른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의료 지식도 뽐냈다.
그는 이날 국영 텔레비전과의 전화 인터뷰에선 “병세가 많이 회복됐다”며 “나는 다시 태어나고 있다. 시몬 볼리바르의 조국에 봉사하기 위한 새 삶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해, 삶과 대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볼리바르(1783~1830)는 스페인 제국주의에 맞선 남미 독립운동의 영웅이다. 차베스가 볼리바르를 언급한 것은 ‘반미 자주’로 상징되는 남미 좌파 블럭의 선봉장 구실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앞서 26일 그는 “내년 대선에도 출마할 계획이며, 2031년에도 대통령을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차베스는 또 자신의 57번째 생일을 기념해 28일부터 국영석유회사의 하루 원유 생산량을 3만배럴 더 늘린다고 발표했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하루에 3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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