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본위제 폐지 40년 달러 추락은 가속화 금값은 나날이 폭등
1971년 8월15일,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금 창구”를 닫겠다고 선언한다. 달러를 고정 비율의 금(1온스=35달러)과 바꿔주는 것, 즉 금태환을 중단하겠다는 미국의 선언은 현대 경제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으로 꼽힌다.
40년 전의 이 선언은 미국이 베트남전 때문에 재정 압박과 인플레이션의 고통에 시달린 결과다.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지금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런데도 세계경제의 중심 통화(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는 바뀌지 않았다.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독보적인 미국의 지위가 달러를 스스로가 스스로를 보증해주는 화폐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달러의 취약성이 만들어낸 금태환 중단은 달러 대신 금의 지위를 추락시켰다. 달러한테서 버림받은 금은 국제통화질서에서 쓸모없는 금속이 됐고, 교환이나 투자 수단으로 금을 바라보는 것은 비웃음거리가 됐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을 바라보는 눈빛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는 빚으로 쌓아올린 성이고, 달러는 가치를 보장받을 수 없는 화폐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금은 본격적으로 안전자산으로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전 25년간 대부분의 기간에 온스당 500달러를 밑돌던 금값은 폭등을 거듭했다. 다시 미국과 유럽의 위기가 재발한 최근에는 1800달러를 돌파했다. ‘금의 귀환’이라고 할 만하다.
이제는 2000달러 돌파도 아무렇지 않게 얘기된다. 심지어 그 몇배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컨설팅업체 미국귀금속자문의 제프리 니콜스 이사는 “금값은 앞으로 몇년간 2000, 3000, 4000, 심지어 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미국 금 거래 업체 골드머니의 창업자 제임스 터크는 2013~2015년에 온스당 8000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본위제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마이크 리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3명은 최근 금·은 주화에 매기는 세금을 없애는 내용의 ‘건전 화폐 촉진법안’을 마련했다. 200억달러(21조6200억원)어치에 이르는 금·은 주화가 화폐시장에서 쓰이게 하자는 취지다. 미국 유타주는 지난 3월 금·은 주화를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스위스에서도 금본위 화폐 발행이 논의되고 있다. 국제통화질서에서 퇴출당한 지 40년이 지난 금이 미국의 쇠락을 틈타 역사적 재기를 꿈꾸고 있는 셈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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