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교사 “무장괴한 학교습격”
교통사고 26건 등 학부모들 패닉
30년형 가능…앰네스티 “과해”
교통사고 26건 등 학부모들 패닉
30년형 가능…앰네스티 “과해”
“지금 내 형수가 매우 놀라서 저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들이 학교에서 5명의 아이를 잡아갔아요.”
멕시코의 사립학교 교사인 힐베르토 베라(48)는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베라크루스주 남동부 학교들이 무장 괴한들에게 습격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비슷한 내용의 글을 여러 건 올렸고, 이 소식은 빠른 속도로 트위터에서 퍼날라졌다. 그 글을 퍼나른 사람 중에는 라디오 진행자인 마리아 파골라도 있었다. 놀란 부모들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학교로 달려갔다. 북새통 중에 26건의 교통사고가 났고, 차를 도로 한가운데 버려두고 달려간 부모들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내용은 ‘거짓’이었다.
<에이피>(AP) 통신은 4일 베라와 파골라가 멕시코 법정에서 ‘테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최대 3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트위터에 루머를 올린 사건 중 중형에 처해지는 첫번째 사례가 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베라크루스주 내무장관 헤라르도 부간사는 “이것은 마치 1938년 발생한 오슨 웰스의 ‘우주전쟁’(오슨 웰스 원작 소설의 라디오 드라마를 실제로 착각해 미국 도심이 혼란에 빠진 일) 같은 사건”이라며 “거짓 트위트 한번에 도시의 도로망과 통신망이 모두 대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러와 비슷한 파장을 준 만큼 테러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베라의 변호인은 “그는 인터넷에서 본 루머를 올렸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파골라는 단지 트위트를 퍼날랐을 뿐이라며 황당해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기소 내용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는 이번 기소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행동이며, 혼란의 근본 원인은 지난 5년간 3만5000명이 희생된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한 치안 불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몇 주간 베라크루스 인근 지역에서는 마약 밀매꾼들 간에 총격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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