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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1999시애틀-1300여 단체의 반세계화 시위
2011 뉴욕 월가-심화된 불평등에 개인들 분노

등록 2011-10-04 21:04수정 2011-10-04 22:22

‘80대20 → 99대1’ 불평등 악화
‘다국적 기업 → 금융’ 비판 이동
“2000년 내가 참여했던 워싱턴 시위에선 다양한 반전 구호와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뉴욕 주코티 공원엔 그런 게 없다. 이곳의 대의는 훨씬 덜 추상적이다. 이들은 바로 빚에 허덕이는 미국인들이고, 일자리 없는 미국인들이다. 이들을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통계 수치보다 개개인의 구체적인 불평등 경험이다.”

지난주 주코티 공원을 점령하고 있는 시위대의 요구사항 10개항을 정리해 온라인 잡지 에 올린 엘리 슈밋은 이렇게 말했다. 분명 최근 시위는 ‘탐욕의 자본주의’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1999년 이른바 ‘시애틀 전투’와 2000, 2001년 워싱턴에서 벌어진 반세계화 시위를 연상시키지만, 차이 또한 상당하다.

1999년 11월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개막식을 지연시켰던 5만여명의 시위대는 전세계 80여개국 1300여 단체가 참가한 말 그대로 ‘글로벌’ 조직 시위대였다.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1994년 신자유주의에 대한 제4차 대전 선포, 다자간 투자협정에 반대하고 상환 불가능한 외채의 완전 탕감 등을 요구하는 ‘주빌리 2000 운동’, 맥도널드 신축 공사장에 난입한 99년 프랑스 농민운동가 사건 등의 다양한 흐름이 모여든 시애틀 시위는, 기업 중심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거대한 저항의 벽이었다.

이에 비하면 월가 시위는 철저하게 지도자 없는, 보통 사람들의 우발적인 시위처럼 비친다. 시위의 화두도 주로 개인의 삶의 피폐와 불평등한 사회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점차 조직화되곤 있다지만 요구사항이 좀체 단일화되지 않고, 오로지 이들이 공유하는 건 불평등에 대한 깊은 분노감뿐”이라고 지적한다. 10여년 전 ‘80 대 20’으로 상징되던 불평등은 이제 ‘99 대 1’이라는 구호가 상징하듯 심화됐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도 초국적 기업에서 금융 쪽으로 옮아갔다. 도시를 마비시켰던 격렬하고 폭력적인 시위에 비해 평화롭고 즐겁기까지 한 축제 같은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결국 이번 시위가 ‘한때의 이벤트’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해 지금 시위가 조직화되는 데서 보듯, 10여년 전과 달리 일반인들의 ‘저항’은 이런 온라인 도구를 통해 더 일상화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당장 내년 미국 대선을 포함해 전세계 선거에서 부자증세 논란도 확대될 전망이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사는 샤론 스튜어트는 <허핑턴 포스트>에 3일(현지시각) “99년 시애틀 시위가 지금 보이는 에너지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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