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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아시아의 미래’ 꿰뚫은 석학미 스칼라피노 교수 타계

등록 2011-11-04 19:59수정 2011-11-04 22:16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
1959년에 한국 쿠데타 예견
동아시아 연구 저서만 39권
방북 6차례…남북대화 강조
한반도를 비롯해 아시아 연구의 석학으로 꼽히는 로버트 스칼라피노(사진)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가 지난 1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숙환으로 숨졌다. 향년 92.

“아시아는 내 인생”이라고 말한 스칼라피노 교수는 1948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49년부터 버클리대에 재직했다. 1978년 동아시아연구소를 세워 1990년까지 소장을 맡아온 그는 <한국 공산주의운동사>, <김일성>, <현대 일본정당과 정치>,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 <미국과 아시아> 등 39권의 저서를 펴내며 최근까지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폭넓은 연구활동을 해왔다.

하버드대에서 정치학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의 관심은 미국과 유럽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그의 연구분야를 아시아로 바꾸게 만들었다. 그는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고, 일본어 어학장교로 2차대전에도 참전한다. 이때 공부한 일본어는 전쟁 뒤 본격적으로 아시아 연구에 매진하는 데 주요한 무기가 됐다.

한국 연구를 시작한 건 대학원 제자였던 이정식(80)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 겸 경희대 석좌교수의 권유였다고 그는 밝힌 바 있다. 한국전쟁을 연구한 그는 내전론을 주창해,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수정주의 학자로 분류된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1959년 미 상원에 제출한 한국보고서에서 “군사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2년 만에 현실이 되기도 했다. 특히 김일성의 일제강점기 항일운동 등 행적에 대한 연구와 주장이 금기의 대상이었던 1980년대, 그가 이정식 교수와 함께 쓴 <한국 공산주의운동사>(1973) 등이 한국에 소개되며 ‘김일성 가짜설’ 등은 힘을 잃게 됐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아시아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최고 연구 전문가”라며 미국의 아시아 정책 수립에 그의 연구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1989년 이후 6차례 북한을 방문한 스칼라피노 교수는 2008년 회고록 <신동방견문록>에서 북한에 대해 “과거 많은 이들이 북한의 붕괴를 예측했지만, 북한의 위기 극복 능력은 생각보다 컸다”며 “붕괴를 구체적으로 예측하는 건 현명하지 않고 다만 가능성만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기간에 북한이 붕괴되고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하게 된다면, 북한의 빈곤 정도로 보아 한반도 통일 비용은 독일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엄청날 것”이라며 “통일이 이뤄지려면 반드시 북한 내부에서 대대적인 정치·경제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급속히 악화된 점을 지적하며 “대화와 토론의 창은 계속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최원형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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