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늘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외롭고 겁났다”
하버드대 법학 박사 출신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이기도 한 미셸 오바마(48). 거칠 것 없는 그에게도 백악관에서의 새 출발은 “외롭고, 겁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한” 것이었단다.
미국의 <에이비시>(ABC) 뉴스는 10일 시판되기 시작한 화제의 책 <오바마 가족>(The Obamas)의 일부를 인용해 “미셸은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딸들과 함께 시카고에 머물고 싶어 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저자 조지 캔터는 <뉴욕 타임스> 백악관 출입 기자로, 2008년 대선 캠페인 당시부터 오바마 대통령을 취재해 왔다.
백악관의 한 조언자는 당시 미셸이 처해 있던 상황을 “모든 사람들이 흑인 여성이 실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로 표현했다. 온 세계의 시선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영부인에게 쏠린 상황에서 그가 받았을 스트레스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미셸은 “백악관 생활 초기, 항상 완벽해야 하고 또 완벽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고 <오바마 가족>은 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셸이 걱정했던 것은 두 딸이었다. 그는 두 딸의 학기 중 전학 문제, ‘집’에서 백악관 관광객들과 마주치는 것 등을 걱정했으며, 이런 이유로 화려함 뒤에 감춰진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1600번지’(백악관의 별칭)에서의 삶의 고충을 인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미셸은 결국 그런 불안들을 극복하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내가 입는 모든 것이 의미를 지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는데, 그의 패션은 곧 전략이 됐다. <뉴욕 타임스>는 고루한 공식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 심리’로 미셸이 옷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상황 악화로 때로는 그의 ‘비싼 패션’이 논란을 빚기도 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기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예를 들어 워싱턴 지역 푸드뱅크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미셸을 취재하며 기자들은 그가 식료품을 나를 때 신은 운동화가 515달러(약 60만원)짜리였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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