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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사이공 함락’ 보도조지 에스퍼 별세

등록 2012-02-06 22:34수정 2012-02-06 22:38

미군 철수 뒤 남아
베트콩 실체 전해
2일 79살 생 마감

1975년 4월30일, 당시 남베트남 수도인 사이공(지금의 호치민) 거리에서 미국인들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북베트남군과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베트콩) 병력에 의한 함락을 눈앞에 둔 이날 아침 7시53분에 미국대사관에서 뜬 헬리콥터를 마지막으로 미국인 철수가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에이피>(AP) 통신 사이공지국에는 미국 기자 세명이 남았다. 처절했던 전쟁의 마지막 모습을 전하겠다는 고집에 철수령을 거부한 이들이었다. 바깥의 소란에 긴장하던 이들 앞에 북베트남군 병사 2명이 나타났다. 당시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에이피> 지국과 함께 일하던 베트남인이 이들을 데려왔다. 프리랜서 사진기자는 자신이 사실은 북베트남 쪽 첩자였다며,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이 병사들을 인터뷰해 기사를 송고했고, 미국인들은 <뉴욕타임스> 1면에 실린 기사로 사이공이 어떻게 함락됐고, 자신들을 패주시킨 병사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었다.

미국 언론사에 남을 ‘사이공 함락’ 기사를 쓴 전 <에이피> 사이공지국장 조지 에스퍼가 79살을 일기로 지난 2일 숨졌다고 이 통신이 보도했다. 2000년에 기자 생활을 접고 웨스트버지니아대 교수로 활동하던 에스퍼는 심장병 등 여러 질환을 앓다 눈을 감았다. 에스퍼는 미국과 베트남의 국교 회복 이후 1993년 다시 문을 연 <에이피> 베트남지국의 첫 지국장도 지낸 인물로, 미국 언론계는 미군이 베트남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1965년부터 종전 때까지 현장을 취재한 ‘베트남전 취재’의 상징을 잃은 것이다.

레바논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에스퍼는 애초 스포츠 아나운서로 취직을 했지만 “영어를 망쳐놓는다”는 욕을 먹고 2주일 만에 해고당했다. 이후 지방지 스포츠 담당 기자로 일하다 <에이피>에 합류했다. 에스퍼는 당시 베트남 주둔 미군이 주요 경계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악착같은 취재와 보도로 유명했다. 1967년에는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비밀리에 방문한 기지의 관제탑에 전화를 걸어 연설 내용을 취재해 보도했고, 1972년에는 북베트남에 대한 공습을 거부한 미국 공군 B-52 폭격기 조종사를 인터뷰했다.

에스퍼는 자신의 기자로서의 최고의 무기는 끈기였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폭격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선 학생들에게 주방위군이 발포해 4명이 숨진 ‘켄트대 학살’ 20돌을 맞은 1990년에 희생자 유족을 취재할 때에도 그랬다. 그는 눈보라를 뚫고 차를 몰고 가 만난 유족한테서 취재를 거부당하자 “눈에 젖은 채 물방울을 떨어뜨리면서, 추위에 떨며 마냥 서있는” 끈기를 보인 끝에 인터뷰에 성공했다고 한다. 캐슬린 캐롤 <에이피> 통신 수석부사장도 에스퍼에게 명성을 부여한 것은 용기와 끈기였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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