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로 신흥국 피해”
이란 제재도 우려 뜻 전해
이란 제재도 우려 뜻 전해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를 비난해오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한테서 통화정책과 외교정책을 놓고 쓴소리를 들었다.
<로이터> 통신은 호세프 대통령이 9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등으로 브라질 등 신흥시장 국가들이 손해를 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에게 “팽창적 통화정책은 궁극적으로 선진경제권의 통화가치를 낮춰 신흥시장 국가들의 성장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미국상공회의소 연설에서도 “브라질은 환율 보호주의를 비롯해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며 미국의 통화정책을 거듭 비판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나 유로존이 돈을 너무 풀어 달러와 유로의 가치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브라질 통화 헤알의 가치가 올라 브라질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불평이다. 헤알은 2008년 이후 달러에 대해 20%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통화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미국 등의 통화정책을 공격해왔다. 호세프 대통령도 헤알 가치 상승을 노린 달러의 대량 유입을 “쓰나미”로 부르며 외환거래세 인상 등의 수단을 써왔다.
호세프 대통령은 오찬회동에서는 이란에 대한 제재가 무력 충돌과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고 배석한 관리들이 전했다.
양국 정상이 경제 협력 강화를 약속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연출하려고 했지만,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의 면전에서 미국의 정책을 비판한 것은 그만큼 높아진 브라질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호세프 대통령이 통화정책 문제를 제기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호세프 대통령의 방미는 그의 전임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때 냉랭해진 양국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1년 전 브라질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성격을 지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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