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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금기 깬’ 맥폴, 러시아 원색비난 파문

등록 2012-05-27 21:21수정 2012-05-27 21:57

미국의 러시아 대사 마이클 맥폴(48)
미국의 러시아 대사 마이클 맥폴(48)
“러, 미 쫓아내려 키르기스스탄 정부 매수” 폭로
‘리셋 외교’ 창안자가 미-러 관계 악화 불씨로

미국의 러시아 대사 마이클 맥폴(48)이 또 한번 외교적으로 민감한 ‘돌출 발언’을 쏟아냈다. ‘튀는 대사’ 맥폴의 행보가 유럽 미사일방어(MD) 체제 등으로 가뜩이나 삐걱대는 미-러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지난 25일 맥폴 대사가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에서 미군을 몰아내기 위해 현지 고위 관리들을 매수하고, 미국에 다양한 외교 맞거래를 제안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맥폴은 이 자리에서 “나는 외교적이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겠다”고 운을 뗀 뒤 “당신들의 나라가 미군을 키르기스스탄의 마나스 기지에서 쫓아내기 위해 현지 정부에 뇌물을 제공했다. 미국도 매수를 했지만, 금액은 러시아가 제공한 것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며 러시아 정부를 공격했다. 미국은 2001년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보급기지로 마나스 기지를 사용해왔지만 2009년 2월 키르기스스탄이 임대 협상 파기를 선언하는 바람에 이를 되돌리느라 큰 외교적 곤욕을 치러야 했다.

또 그는 “러시아가 ‘유럽 미사일방어 문제에서 합의를 이루고 싶은가. 그러면 중앙아시아를 양보해라’, ‘북한 문제에 합의하고 싶은가. 당신들이 러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가능하다’는 등의 제안을 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의 말대로 ‘외교적인 의례’를 전혀 갖추지 않은 원색적인 비난이었다.

국제 외교 관례상 주재국의 비밀스런 외교 활동이나 협의 내용을 주재국 대사가 공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금기시돼왔다는 점에서 맥폴 대사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그러나 맥폴 대사와 러시아의 갈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맥폴 대사가 러시아에 부임한 지난 1월,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지난해 12월 치러진 하원선거를 둘러싼 부정 의혹으로 수만명이 모이는 항의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가 이런 민감한 시기에 러시아 반체제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활동 폭을 넓혀가자 러시아 정부가 국영 언론사 기자들을 동원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고 맥폴 대사는 주장했다. 급기야 그는 3월29일에 올린 트위터 글을 통해 전화와 전자메일이 해킹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러시아를 ‘야만적 국가’(wild country)라고 비난했다.

맥폴 대사는 스탠퍼드대학 교수 출신인 러시아 전문가로, 전문 외교관 출신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그가 미국이 오랜 시간 갈등을 이어오던 국가들과 발전적으로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리셋 외교’의 창안자였다는 점에서, 최근 행보에 미국 정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가 짠 큰 틀 아래서 미국은 러시아와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등을 체결할 수 있었고, 아프간과 리비아 문제에서도 러시아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일부에선 그가 러시아의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푸틴 대통령을 꾸준히 비판해 왔다는 점을 들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 잡지 <포린 어페어스>는 지난 3월 트위터 파동이 터지자 다음달 기사에서 “맥폴 대사가 (리셋 외교 때처럼) 러시아와 미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지점들을 찾아내기보다, 러시아 내 민주주의의 향상을 옹호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잡지는 “지난 20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러시아 대사 자리에 별로 유명하지 않은 직업 외교관을 선택하는 게 더 실용적인 결정이었을 수도 있었다”며 맥폴의 직무 수행 능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발언에 대한 미국과 러시아 정부의 반응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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