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탐사선 8번 쏘아올릴 비용
특허권 부여 기준 느슨해 혼란
특허권 부여 기준 느슨해 혼란
애플은 지난 2004년 ‘정보 검색을 위한 범용 인터페이스’에 대한 특허 신청을 냈다. 하나의 음성·문자 검색엔진으로 인터넷·기업 데이터베이스·컴퓨터 하드드라이브 등 여러 매체의 정보를 동시에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개량 토스터기가 구울 수 있는 식빵조각 개수를 늘렸다는 이유로 새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처럼 기존 아이디어의 ‘자명한 변형’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애플은 포기하지 않았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8차례나 더 신청했고, 지난해 10번째 도전에서 드디어 성공했다. 이 특허는 ‘8086604’라는 번호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전문가들에게 이 특허를 점검하게 한 결과, 특허 신청서의 내용은 몇몇 용어가 바뀌거나 첨가된 정도를 빼곤 처음과 크게 바뀐 게 없었다. 이 특허는 지난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특허침해 가처분소송에서 법원이 갤럭시 넥서스의 판매금지 명령을 내리는 근거로 작용했다.
<뉴욕타임스>는 8일 ‘무기로 사용되는 특허’라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에서 이런 사례를 내세우면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특허가 남발되는 소송과 허술한 특허심사 절차 등으로 인해 오히려 기술 혁신을 방해하는 ‘파괴적 무기’로 전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탠퍼드대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최근 2년간 스마트폰 업계가 특허 소송과 특허 매입에 사용한 비용이 20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화성 탐사선을 8차례나 쏘아 올릴 수 있는 돈이다. 지난해에는 애플과 구글이 특허 소송이나 매입에 투자한 돈이 처음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특허는 지적재산권을 보호함으로써 기업들로 하여금 신기술 개발에 나서도록 유인하는 필수적인 장치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특허제도가 기계 산업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것이어서 오늘날의 디지털 시장에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약제조법 등에서와 달리 소프트웨어 특허는 구체적인 창조물이 아닌 ‘개념’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소송비용은 가격 등의 형태로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현행 특허 규정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리처드 포스너 연방 항소법원 판사는 “특허권을 부여하는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보니 심각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주요 기술업체들이 모두 특허분쟁에 관여하고 있지만 아이폰 경쟁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특허를 의도적으로 활용해온 애플이 가장 두드러진 기업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이폰 공개 직전에 한 기업에 특허분쟁으로 1억달러를 마지못해 지불해야 했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 당시 최고경영자는 지난 2006년 간부들을 불러 모아 놓고 아이폰과 관련해 “모든 것을 특허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06년까지 애플 법무 자문위원이었던 낸시 하이넨은 “애플 직원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특허 신청을 하라는 게 잡스의 태도였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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