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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오바마 경제취약, 롬니 부자편”…갈피 못잡은 ‘대선풍향계’

등록 2012-10-21 21:00수정 2012-10-21 22:25

선택 2012 미국 대선 D-16
최대 승부처 오하이오의 민심
미국 오하이오주는 인구가 50개 주 가운데 일곱번째로 많은 곳으로 경합주가 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도시와 시골이 골고루 분포하고, 제조·에너지·금융·바이오·낙농 등 다양한 산업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에 따라 지역마다 지지층이 달랐다. 1900년 이후 단 한차례(1960년)만 빼놓고 이곳에서 지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보가 없을 만큼 대표적인 ‘풍향계’로 꼽히는 오하이오주의 민심을 들어봤다.

110년간 오하이오 승자가 당선
유권자 상당수 후보선택 고심

오바마 반대층
“환경규제로 석탄산업 망해가”
“부자들 세금걷는 사회주의자”

롬니 반대층
“서민과 동떨어진 사람 느낌”
“낙태반대 등 여성정책 싫어”

지난 17일(현지시각) 도착한 주도인 콜럼버스시의 커피숍과 식당에선 온통 대선이 화제였다. 시민들은 5년째 짓누르고 있는 침체된 경제에 불만스러워했고,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미래에 막연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2박3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인터뷰한 20여명의 유권자들 가운데 약 5분의1이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로 말해, 과연 ‘경합주 중의 경합주’임을 실감케 했다.

먼저 서민층 밀집지역인 콜럼버스 남쪽 교외의 오베츠 마을을 찾았다. 4년 전 오바마에 열광했던 이들의 민심을 알고 싶어서였다. 재활용 가게 ‘스리프티 스토어’에서 만난 60대 백인 여성 모린 켄드릭은 4년 전에 오바마 대통령을 찍었지만 이번엔 아직 부동층이라고 했다. 그는 “오바마를 좋아하긴 하지만 지난 4년간 경제가 나아지지 않아 실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롬니 후보에 대해선 “국민 47%가 정부 의존적이고 책임감이 없다는 말에서 그가 서민층과는 동떨어진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며 “내가 은퇴하기 전 회계원으로 일하면서 꼬박꼬박 낸 세금으로 지금 사회보장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가게 직원 빌 위긴스(58)는 오바마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는 “오바마는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구했고 이라크 전쟁도 끝냈다”고 말했다.

이날 애선스에 있는 오하이오대학의 오바마 방문엔 수천명이 몰려들었지만, 대학가의 밑바닥 열기는 뜨뜻미지근했다. 학생들의 관심은 졸업 뒤 일자리에 가 있었다. 4학년생 앤서니 콩기(23)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못찾아 학교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졸업 뒤 일자리를 얻는 데 누가 더 도움을 될 수 있을 것인지를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2학년생 제시카 쇼로렛(20)도 비슷한 얘기를 하면서 “오바마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고, 롬니는 낙태 같은 여성정책이 마음에 안든다”고 덧붙였다.

18일 오하이오주 남동쪽 애팔래치아산맥 서부에 면해있는 킴볼턴 지역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곳은 석탄과 천연가스 등의 매장량이 많은 곳이다. 인근 도로변에 ‘오바마를 해고하라’는 팻말이 세워진 집의 문을 두드렸다. 롬니 캠프 쪽에서 세운 것으로 지레짐작했으나 집주인이 내건 것이었다. 데이비드 밀리건(57)은 “오바마가 그린에너지를 중시하고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석탄산업이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19만㎡이나 되는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그는 “오바마가 부자한테서 세금을 거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려 한다”며 “그는 사회주의자”라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시골지역 전형적인 백인의 생각의 일단을 보여주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동북부 제조업 밀집지역인 애크런과 캔턴시를 방문했다. 오바마 지지자 제이슨 도드선(33)은 “애크런은 2008년 경제위기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자동차산업 구제책으로 혜택을 본 곳으로 오바마 지지층이 많다”며 “오하이오주 북부지방이 대체로 이런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캔턴 쪽은 사정이 좀 달랐다. 1980년대만해도 대형 철강회사가 10곳에 달했으나 지금은 한곳뿐이다. 한국·중국 등에 밀린 결과다. 30년 전 이곳에 정착해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동포 서성씨는 “후버라는 청소기 제조사, 치공구 제조사 등도 중국이나 멕시코로 이전을 했다”며 “과거엔 고등학교만 나와도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해 젊은이들의 불만이 많고, 특히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두 후보가 경쟁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서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롬니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경비원은 이곳 민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데이브라고만 자신을 소개한 이 40대 남성은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게 낮은 목소리로 “솔직히 나도 부동층”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 실업률이 다른 주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다”며 “오바마는 경제에 약하고, 롬니는 부자 위주 정책을 펼 것 같아 고민중”이라고 했다.

콜럼버스·킴볼턴·캔턴(오하이오주)

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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