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내 아들 돌려달라”…중남미 어머니들 ‘눈물의 장정’

등록 2012-10-24 20:23수정 2012-10-25 08:46

아메리칸드림 좇던 실종가족 찾아
멕시코 국경도시 4500㎞ 버스투어
독일 인권단체 후원 2007년 시작
실종사건엔 멕시코 마약단 관련
올해 68살인 클레멘티나 무르시아 곤살레스는 지난 15일 멕시코 국경도시 곳곳을 들르며 4500㎞를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자신과 같은 온두라스뿐 아니라 과테말라,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온 여성들 37명이 함께했다. 과테말라와의 경계지역인 멕시코 남동쪽부터 미국 텍사스·뉴멕시코·애리조나와 잇닿은 북쪽까지, 20일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무르시아가 이 힘겨운 여행을 택한 건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으러 간 아들 둘을 찾기 위해서다. 기계공이었던 큰아들은 1987년 17살 나이에 돈을 벌러 미국으로 떠났다. 몇년 뒤 그가 기찻길에서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주검을 찾지 못했다. 2002년엔 23살 막내아들이 몰래 집을 떠났다. 5년 뒤 막내는 멕시코 남부에 있다면서 돈을 보내달라고 했다. 가난한 무르시아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다음엔 한 멕시코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이 미국과 국경지대에 있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무르시아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무르시아는 그 뒤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에이피>(AP) 통신은 23일 무르시아처럼 가족을 찾으려는 어머니들의 아픔이 담긴 이 버스여행을 자세히 소개했다. ‘중남미 어머니들의 카라반’이라는 이름이 이 붙은 이 버스여행은 독일의 인권 단체인 메디코 인터내셔널 등이 후원한 행사로 2007년부터 시작됐다. 어머니들은 축제장, 성당 등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을 방문해 가족의 얼굴을 알린다.

중남미에선 매년 30만명가량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멕시코 땅을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인권단체들은 최근 6년 동안 약 7만명의 중남미인들이 실종됐다고 추산한다. 이는 최근 몇년 동안 기승을 부리는 멕시코 마약단과 깊은 관련이 있다. 마약단은 멕시코 사정에 밝지 못한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을 잡아 돈을 뜯거나 자기들 조직에서 일하게 한다.

실제로 실종자 중 일부는 끔찍한 학살의 현장에서 발견됐다. 2010년 멕시코 경찰은 미국 국경에서 150㎞ 떨어진 멕시코 산페드로 인근 농가에서 남녀 72명의 주검이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참극에서 도망친 한 에콰도르 출신 생존자는 당시 <에이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으로 가려던 중남미 이민자 75명이 함께 중화기로 무장한 멕시코인들에게 잡혔다”며 “돈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멕시코인들은 총을 쐈다”고 말했다. 이는 멕시코 최대 마약 조직인 로스 제타스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최근 멕시코 해군은 로스 제타스의 두목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가 무장괴한들에게 주검을 탈취당하기도 했다. 그만큼 조직화되고 대담하다는 얘기다.

‘눈물의 버스여행’은 지금까지 실종자 100여명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온두라스에서 온 올가 마리나 에르난데스(52)가 5년 동안 애타게 찾던 아들을 만났다. 아들의 여자친구가 언론에 난 사진을 알아본 덕택이다.

아들은 마약에 중독됐다가 우연히 기독교 선교사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고 지금은 목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다. <에이피>는 인권단체 활동가의 말을 인용해 “이 버스여행은 가족을 찾는 것 외에도 이민자들이 조직범죄에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의 이민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호소를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