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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성·인종별 표쏠림…“웨이트리스맘이 당락 좌우”

등록 2012-10-29 20:58수정 2012-10-29 23:44

남녀간 표심 격차 2000년뒤 최고
백인, 경제악화로 롬니 지지 몰려
“여성표 잡아야 오바마 연임 가능”
이번 미국 대선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두 후보 간의 성별, 인종별 지지율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다는 점이다. 여성이냐 남성이냐, 흑인 등 소수인종이냐 백인이냐에 따라 누구를 찍을지 판이하게 갈리는 흐름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008년 대선 때 12%포인트 차이가 났던 민주당과 공화당의 성별 지지율이 올해는 평균 18%포인트의 격차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9개 여론조사기관 결과를 종합한 것인데, <워싱턴 타임스>와 여론조사기관인 조그비 조사에서는 33%포인트까지 차이가 났다.

미국 대선에서 ‘젠더 갭’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1980년 대선에서 여성 낙태권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성별 차가 17%포인트로 수직상승한 이래 남성은 공화당을, 여성은 민주당을 더 지지하는 흐름이 굳어졌다. 2000년 대선에선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여성에게서 11%포인트, 조지 부시는 남성에게서 9%포인트를 더 얻어 역대 최고인 20%포인트 차이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4년과 2008년엔 각각 14%와 12%로 성별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양상을 띠었다.

이번 대선에서 다시 성별 지지율 격차가 급격히 벌어진 것은 남성 유권자의 ‘변심’ 탓으로 해석된다. 2008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에 힘입어 오바마를 택했던 공화당 성향 및 부동층 남성 유권자들이 대부분 공화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롬니로 옮겨간 남성 유권자 대다수는 백인인데, 이는 인종별 득표율 양극화로도 이어진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대선이 1984년 이래 백인들의 공화당 쏠림 현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선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백인들 중 64%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35%만이 민주당의 월터 먼데일 후보를 찍었다. 올해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롬니 후보는 60%,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은 37%로 23%포인트 차이가 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흑인 등 소수인종의 정당별 지지율은 4년 전 대선 결과와 그다지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인종적 편견이라는 변수를 제쳐놓는다면, 백인들이 오바마에게 등을 돌린 주된 이유는 ‘경제 악화’가 꼽힌다. 경제적 타격이 더 큰 흑인들의 지지율에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백인들은 마치 화풀이할 곳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마음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동안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와일드카드’로 지지 후보가 확고부동한 백인 남성과 소수인종 그룹보다는 여성을 꼽는다. 특히 ‘웨이트리스 맘’이라고 불리는, 고졸 이하의 블루칼라 백인 여성 부동층이 일자리 등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공화당으로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260만개의 일자리가 생겼는데 그중 80%가 남성에게 돌아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로버트 왓슨 플로리다 린대학 미국학 교수는 영국 <가디언>에서 “오바마는 여성들의 마음을 붙들지 않으면 연임에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오하이오 등 경합주(스윙 스테이트)에선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결정적이다. 최근 <시비에스>(CBS) 설문조사 결과, 오하이오 여성 유권자 지지율은 ‘오바마 50%, 롬니 45%’였다. 한달 전 같은 조사에서 ‘53% 대 43%’였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상당히 줄었다.

성별과 인종 이외에 가톨릭 신자였던 존 에프 케네디가 출마했던 1960년 대선처럼, 이번에도 ‘종교의 벽’은 선거 결과를 전망하는 흥미로운 잣대다. 롬니가 믿는 모르몬교는 현재 미국에서 신도가 700만명에 이르지만, 1890년 일부다처제를 폐지하기까지 정부로부터 많은 탄압을 받았으며, 지금도 일부 개신교 교단에선 모르몬교를 이단으로 취급한다. 롬니의 아버지 조지 롬니가 대선에 출마했던 1968년부터 지금까지 ‘갤럽’이 매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모르몬교에 대한 반감은 44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롬니가 모르몬교라는 이유로 ‘정통 기독교’ 유권자들이 얼마나 등을 돌릴지는 불확실하다. 모르몬교에 대한 반감보다,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낙태를 찬성하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대가 더 심하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에게 종교적 자문을 해온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지난 11일 롬니를 만난 뒤, ‘빌리 그레이엄 복음주의협회’ 인터넷 사이트의 이단 목록에서 모르몬교를 삭제했다. 그레이엄 목사 쪽은 선거 기간에 신학적 논쟁이 정치쟁점화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정윤 이유주현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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