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정책 변화 주목
‘전략적 인내’ 정책에 비판적
지속적 관여·양자대화 주장
전문가 “북미사일 제재뒤 가능성”
대북 강경론 부딪혀 어려울 수도
‘전략적 인내’ 정책에 비판적
지속적 관여·양자대화 주장
전문가 “북미사일 제재뒤 가능성”
대북 강경론 부딪혀 어려울 수도
존 케리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차기 국무장관에 지명됨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케리 국무장관 지명자는 오랫동안 북-미 직접 대화를 주장해온데다 최근 1~2년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다소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27년간 상원 외교위원회에 몸담아온 케리 지명자는 민주당 안에서도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2004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필요하면 북한과의 양자회담도 즉각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는 등 직접 대화를 강조해왔다.
특히 케리 지명자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대화에 응한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에 비판적이다. 그는 2010년 7월 미국 의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전략적 인내’가 ‘전략적 무관심’이 되어선 안 된다”며 “지속적인 외교적 관여정책이 북한을 설득하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에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고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신중하고 확고했지만 충분치 않았다”며 “6자회담 재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은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곧 떠나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 정책이었다는 점도 변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북-미 관계 전문가인 박한식 조지아대 교수는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1기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보수적인 클린턴 장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며 “케리 의원이 장관이 되면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변화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에서부터 나타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을 상대로 강한 대북 제재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으나, 안보리를 통한 다자간 제재가 미약한 수준에 그칠 경우 양자 제재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케리 지명자를 비롯한 국무부 고위직들이 바뀔 경우 대북 제재안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케리 지명자의 국무부 입성 이후 북-미 간 직접 대화 가능성이 높아지긴 하겠지만 이것이 실현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지금은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을 해야 하는 국면인 만큼 대화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제재 조처 이후에 시간이 지나면서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이 섣부른 기대에 그치게 할 수 있는 요인들도 적지 않다. 우선,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언론들은 케리 지명자가 처리해야 할 대표적인 현안으로 이란 핵 문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시리아 아사드 정권, 아프간 전쟁 종전 등을 꼽고 있다.
또 케리 지명자가 오바마의 기존 외교·안보팀이 짜놓은 정책 기조에서 얼마만큼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느냐도 관건이 될 수 있다. 클린턴 장관은 떠나지만 외교·안보 분야 실세인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년가량 자리를 지키고 이후 수전 라이스 주유엔대사가 이 자리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공화당과의 정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도 변수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선 공화당의 반발을 우려해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한편 국무부의 아시아 담당 최고위직인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케리 지명자의 상원 외교위 보좌관인 마이클 시퍼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인 대니얼 러셀이 경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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