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갖고 있는 모든 걸 여기에 쏟아붓겠다. 조 바이든 부통령도 그렇게 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백악관에서 지난달 14일 초등학생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네티컷주 총기사건 희생자 가족은 물론, 지난해 7월 콜로라도주 영화관과 2007년 4월 버지니아공대 등 대형 총기사건 희생자 가족 등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렇게 선언했다. ‘총기 천국’ 미국에서 총기규제를 관철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날 발표된 총기규제 대책은 공격용 무기 판매 금지와 모든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 의무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1968년 총기 등록을 의무화한 이래 가장 포괄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반대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도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오바마의 이번 발표는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공격용 무기 판매 금지 같은 핵심 대책에 대한 의원들의 거부감이 상당한 실정이다. 공격용 무기의 범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2기 임기 시작일을 나흘 앞두고 힘든 원정에 나섰다”며 “이번 대책은 오바마 2기 행정부의 힘을 시험대에 올릴 것”이라고 평했다.
오바마는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전략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코네티컷주 사건 이후 일고 있는 국민적인 애도와 분노의 분위기를 의회에 대한 압박으로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코네티컷주 사건 발생 직후 애도 성명을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등 매우 감성적인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였다. 이어 바이든 부통령으로 하여금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해 총기규제 대책을 만들어 오도록 했다.
16일 대책 발표장은 오바마가 이번 사안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잘 드러냈다. 그는 총기 사건 희생자 가족을 방청객으로 초대한 것은 물론, 자신에게 총기규제를 호소한 어린이 대표 4명과 그 부모들을 자신의 옆에 있게 한 뒤 이들의 편지 내용을 소개했다. 이들은 ‘샌디훅 초등학교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거나, ‘형과 언니가 이런 일로 죽는다는 건 견딜 수 없는 일이다’라고 썼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국민들이 직접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들이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총기 소유 전통이 강한 지역구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남서부 지역 의원들이 전국총기협회(NRA)의 낙선운동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총기규제에 선뜻 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코네티컷주 사건으로 숨진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을 자신의 서재에 걸어놓고 있으며,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자신의 임무를 되새기게 된다고 말하며 연설을 마쳤다.
오바마의 이런 행보는 이번 대책의 의회 통과가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마저도 총기협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해 이 법안 처리와 관련해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에선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이번 대책은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것인 만큼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고,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겠다며 뒷짐을 지고 있는 실정이다.
오바마가 최근 국가부채한도 상향 조정과 관련해 공화당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강공을 편 데 이어 이번에도 이런 강수를 두는 것은 임기 1기 때 공화당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얻은 게 없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1기 초반엔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었는데도 공화당의 마음을 사고자 많이 양보하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공화당의 계속되는 비타협적인 태도에 발목이 잡혀 1기 임기 중반부터 국정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진 바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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