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연구로 이름난 학자인 제인 구달이 다음달 출간될 책에 출처나 주석을 달지 않은 채 여러 인터넷 웹사이트 등에서 최소한 수십 구절 이상을 따왔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9일 보도했다.
<희망의 씨앗:식물들의 지혜와 경이>라는 이름의 이 책은 프리랜서 작가이자 유기농 음식, 영적인 삶에 대한 열정적 추종자인 게일 허드슨이라는 인물과 구달이 함께 저술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한 대목은 위키피디아를 포함해 이 주제와 관련된 여러 사이트에서 퍼온 점성술·담배·맥주·유기농 등에 대한 정보가 몇몇 구절 또는 문단 통째로 출처 없이 인용됐다는 것이다. 가령 “옥스팜에 따르면 주로 미숙련 일용직 노동자들이 차밭에서 농약을 살포한다”는 문장은 ‘유기농 차의 선택’이라는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것과 동일하다. 인체에 해로운 구체적 화학물질을 열거한 대목은 2008년 다이앤 매케컨이 쓴 <거대한 녹색 박동>이라는 책에 나온 것과 같다. 이는 또한 2002년에 지은이가 불분명한 <차 시장에 대한 배경 연구>라는 초고에도 담겨 있다. 18세기 필라델피아의 식물학자인 존 바트럼에 대한 내용은 위키피디아에 나온 내용과 같으며, 고대 이집트에서 시카모어란 나무가 귀하게 여겨졌다는 언급은 ‘당신의 운명을 발견하라’라는 웹사이트에도 나와 있는 구절이다. 담배의 유래에 대한 대목은 담배 역사를 다룬 웹사이트에서 그대로 따왔다. 구달은 책 말미에 식물학자인 맷 도가 자신에게 한 말로 책을 끝맺었는데, 맷 도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이메일에서 자신은 구달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한번도 없다고 증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로써 구달도 자료 출처와 관련해 문제가 생긴 저명한 저자들의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로 서둘러 책을 출간하려는 속도에 대한 강박과 자료조사의 허술함, 공동 저술 방식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또한 기술의 발달로 문장들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는 게 쉬워졌고 그러다보니 문장들을 따왔다는 사실도 빠르게 잊어버리게 된다고 짚었다.
이 책은 19쪽에 이르는 감사의 말이 담겨있지만 주석 노트나 자료 출처가 표기돼 있지 않다. 럿거스 대학의 식물생물학 교수인 레나 스트루베는 “구달의 이런 행동은 학문의 에티켓을 위반한 것으로 용납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구달은 신문에 이메일을 보내 “이 책은 분량도 많고 여러가지 정보가 많이 담겨진 책이었다. 나는 이 책에 담긴 탁월하고 귀중한 정보들이 부적절하게 인용됐다는 사실에 매우 가슴 아프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단지 나의 목표는 믿을 만한 광범위한 자료에서 사실적인 정보를 많이 뽑아내 가능한 한 많이 공부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운영하는 ‘제인 구달 연구소’ 의 블로그에서 이 문제를 토론할 것이며 다음 판본에선 오류를 수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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