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수납장 없이…작은 욕실 딸린 작은 방 하나
월세 일반아파트 절반수준
소득 낮은 젊은층 주고객
월세 일반아파트 절반수준
소득 낮은 젊은층 주고객
비행기 화장실 같은 욕실이 딸린 작은 방 하나. 트윈 사이즈 침대와 모서리 공간에 맞춘 작은 책상 하나가 간신히 들어간다. 옷장과 별도의 수납장은 언감생심. 옷은 벽에 붙은 옷걸이에 걸고, 소지품은 선반에 올려놓는다. 전자렌지와 소형 냉장고가 있지만, 취사는 공동 주방에서 해결한다.
일본 도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 ‘초소형 아파트’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애런 매코널(28)의 집이다. 미국 부동산 업계의 요즘 추세인 ‘큰 도시 작은 집’의 전형이기도 하다. <로이터> 통신은 2일 워싱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집값이 비싼 미국 대도시에서 월세가 싼 초소형 아파트 건설 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주거 형태는 최근 ‘호스텔 스타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대체로 엘리베이터가 없으며, 개별 욕실이 딸린 18.5㎡ 수준의 전용 공간을 제공한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려고 간단한 ‘빌트인 가구’가 갖춰져 있다. 주방은 8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한다. 주차장은 없다. 임대인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1년, 평균 연령은 33살, 연봉 3만5000달러 이하의 소득자가 대부분이고, 자동차가 없는 ‘뚜벅이’들이 많다.
토목기사인 매코널도 지갑이 얇은 사회 초년병이다. 시애틀에 있는 직장 근처에 살며, 근사한 식당과 술집이 가까운 도시생활을 즐기고 싶다. 그러나 일반 아파트의 평균 월세가 1223달러(135만원)인 시애틀의 임대료는 큰 부담이다. 대신 초소형 아파트 월세는 500~1000달러 수준으로 감당이 가능하다. 인터넷 사용료와 공공요금이 월세에 포함된 것도 매력적이다. 그는 ‘좁은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는 대가로, 현재 월 737달러(81만원)에 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시애틀시 대변인 신디 윌더는 <로이터> 통신에 “2006년 이래로 41개의 초소형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가 설립 허가를 신청했다. 28곳이 허가를 받았고, 13곳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도 마이크 블룸버그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초소형 아파트를 실험하고 있다. 뉴욕은 초소형 임대용 건물 공모전을 통해, 2015년 9월까지 23~24㎡ 이내의 조립식 주택 55가구를 ‘시범 사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보스턴 시장 토마스 메니노도 “노동자와 은퇴자들을 위해 더 많은 주택을 지어야 한다”며 초소형 아파트를 지지하고 있다.
일본 도쿄 같은 ‘세컨드 홈’ 개념의 초소형 아파트가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곳도 있다. 정보기술 회사들이 모여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고소득 교외 거주자들이 야근용 임시 거주공간으로 시내의 작은 집을 선호한다. 다만 테드 굴릭센 샌프란시스코 세입자연합 대표는 “고소득자들이 초소형 아파트를 사용하면, 고급화와 임대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애초 취지가 퇴색되는 것을 우려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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