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나타나 18분간 즉석연설
흑인들이 이 사건 보는 시각 설명
주말 LA 등 100여곳 시위 이어져
흑인단체 8월 워싱턴서 대규모 집회
흑인들이 이 사건 보는 시각 설명
주말 LA 등 100여곳 시위 이어져
흑인단체 8월 워싱턴서 대규모 집회
“트레이번 마틴은 35년 전의 나였을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실에 예고도 없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준비된 원고도 없이 17살 흑인 소년 마틴을 숨지게 한 조지 지머먼(29)이 무죄 평결을 받은 데 대한 자신의 생각을 18분 동안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이 겪는 세 가지의 전형적인 사례를 통해 흑인들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설명하고자 했다. “이 나라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중 백화점에서 쇼핑하다가 보안 요원들이 뒤따라 오거나, 길거리를 걷다 자동차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는 일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또 엘리베이터에 탈 때 백인 여성이 지갑을 꼭 움켜잡고 내릴 때까지 숨을 죽이는 경험을 하는 흑인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무죄 평결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총기 관련 법과 위협을 느낄 때 총기 사용을 허용하는 정당방위법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설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인종 문제를 언급한 이후 가장 포괄적이고 개인적이며 흑인사회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었다고 <뉴욕타임스>가 평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인종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자제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종 문제가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하자 더이상 회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나선 데는 무죄 평결 이후 흑인 지도자들이 백악관에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이 나라가 이런 연설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을 가진 것은 위대한 것이지만 여전히 이럴 필요가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20일엔 미국 전역에서 무죄 평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이번 사건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뉴욕·워싱턴·마이애미·시카고·로스앤젤레스 등 100여곳에서 이번 평결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대는 지머먼을 연방 법정에 다시 세우고 정당방위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뉴욕에선 시민 2000여명이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사랑해요 마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벌였다. 시위에는 유명 팝스타 제이지와 비욘세 부부도 모습을 드러냈다. 집회에 참석한 마틴의 모친 샤브리나 풀턴은 “오늘은 내 아들의 일이었지만, 내일은 여러분의 자식이 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도 워싱턴에서도 600여명의 시민들이 연방법원 앞에 모여 ‘트레이번에게 정의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 청사 앞 광장에서는 ‘정의는 없다, 평화도 없다’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트레이번에게 정의를’이라고 명명된 이번 시위는 흑인 인권운동가인 앨 샤프턴 목사가 이끄는 인권단체 내셔널액션네트워크(NAN)가 주도했다. 샤프턴 목사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연설을 한 워싱턴에서 다음달에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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