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임시 망명 허용에 항의
러 개최 G20엔 참석하지만
별도의 단독회담은 않기로
러 개최 G20엔 참석하지만
별도의 단독회담은 않기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모스크바에서 열릴 예정이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전세계 민간인을 사찰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해온 ‘빅 브러더’ 행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러시아 정부가 임시망명을 허용한 데 대한 보복 조처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7일 “오바마 대통령이 9월5~6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경제 정상회담에는 참석하지만, 푸틴 대통령과 일대일로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을 전후해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었다.
로즈 부보좌관은 “(스노든을 소환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뿌리치고 지난주 스노든에게 망명을 허용한 러시아의 결정이 그렇지 않아도 순탄치 않던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며 “9월에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이 열려도 현안들이 진전될 기미가 없다고 판단해 오바마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대통령과 안보팀의 일치된 견해”라고 그는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스크바 방문을 취소한 대신 스웨덴을 방문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파격적인’ 외교 결정은 이미 여러 국제적 사안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미-러 관계에 더욱 암운을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사이에는 스노든 문제 말고도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망 구축 계획과 시리아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계속되어 왔다. 푸틴 대통령의 외교정책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실망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캘리포니아를 방문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엔비시(NBC) 방송의 <투나잇 쇼>에 출연해 러시아가 스노든에게 임시망명을 허용한 데 “실망했다”며 이번 사건은 “미-러 관계에 잠복해 있는 도전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냉전적 사고와 심리상태에 빠지는 경우들이 있다. 냉전은 과거의 유물”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섭섭함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아울러 미국 정보기구의 개인정보 수집 활동은 테러 방지 활동에 중요하며 미국인을 사찰하는 데는 이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에서 일했던 스노든은 미국 정보기구의 개인정보 감시를 증언하는 기밀문서를 폭로한 뒤 미국 정부의 집요한 추적을 받아왔다. 그는 모스크바 공항 환승구역에서 40일간 은신해 있다가, 지난주 러시아로부터 1년의 한시적 망명을 허용받았다. 그는 러시아 이민국에 거주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으나, 거주지나 행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편, 스노든의 제보를 받아 미국 정보기관의 사찰 행태를 폭로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스노든이 건네준 미국 국가기밀을 최대 2만건 갖고 있으며, 곧 추가 폭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일 브라질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스노든은 1만5000~2만건의 문서를 줬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내놓은 기사는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 그리고 그와 협력한 다른 국가 정부들이 브라질과 중남미 통신 시스템에 어떻게 침투했는지에 대한 추가 폭로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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