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고 옷 벗기 게임’을 빙자해 성추행이 벌어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한인 홈스테이 집의 모습. <폭스티브이> 화면 갈무리
15~18살 아이들에게 서로 신체 접촉 강요
아시아 부모들의 ‘과다한 교육열’도 도마에
아시아 부모들의 ‘과다한 교육열’도 도마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국인 홈스테이 주인 부부가 ‘술먹고 옷 벗기 게임’을 빙자해 조기 유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이번 사건을 최초 보도한 <귀넷데일리포스트>의 14일 후속 보도를 보면, 이아무개(42)씨 부부는 7월 초부터 9주 동안 최소한 4차례 이상 한국인 조기 유학생 6명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놀이 벌칙으로 옷 벗기와 입맞춤 등 신체 접촉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 부부는 현재 보석 없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으며, 18일 첫 심리가 예정돼 있다. 귀넷 카운티 경찰은 피해자들의 나이가 15~18살이라고 밝혔으나, 성별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경찰은 이씨 부부가 상당 기간 홈스테이를 운영해 온 터라,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귀넷데일리포스트>가 전했다.
이씨 부부가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강요한 ‘술먹고 옷벗기 게임’은 놀이가 아니라 범죄였다. 게임에 지면 옷을 하나씩 벗도록 했으며, 알몸이 된 뒤 피해자들끼리 입을 맞추고 서로를 만지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그러다 얼마전 한 피해 학생이 학교 직원에게 “홈스테이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아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귀넷데일리포스트>가 이를 처음으로 보도했고, 현지 <폭스> 뉴스와 <더블유에스비>(WSB) 방송 등의 후속 보도가 잇따르며 미국 사회에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귀넷 카운티 경찰관인 제이크 스미스는 이씨 부부가 인터넷에서 한국인 홈스테이 학생들을 모집했다고 <더블유에스비> 방송에 밝혔다. 다만 별도의 홈스테이 사이트를 운영했는지, 미국 생활정보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 등을 통해 연결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들이 합법적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인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 부부는 인터넷을 통해 모집한 학생들의 부모한테서 연간 1만5000달러(약 1600만원)를 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등 아시아 부모들의 교육열도 새삼 도마에 올랐다. 스미스 경찰관은 “이씨 부부가 자녀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은 부모들의 욕망을 볼모로 삼았다”는 말로 사건을 정리했다. 홈스테이 코디네이터인 제이미 덱터도 “이런 사건은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도 “피해 학생들은 중국·인도·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수많은 아이들과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블유에스비>에서 아시아계 미국 조기 유학생들을 ‘낙하산 아이들’(parachute kids)이라고 지칭하며, 아시아의 입시 경쟁과 부모들의 교육열을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대학 (입학) 경쟁은 정말 혹독하며, 부모들은 자녀를 미국에 보내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할만 하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며 “아시아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미국 교육 기회를 주느라 감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막대한 희생을 치른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충격적인 사건에도 학생들은 귀국 대신 다른 거처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 등 현지 언론은 피해 학생들이 부모의 요청으로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한국 영사관의 도움으로 다른 거처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애틀랜타 한인 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이 공론화된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현지 경찰과 언론이 피해자들의 국적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사실과 ‘낙하산 아이들’이라는 작명 자체가 차별적이라는 지적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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