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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리치먼드 시장의 ‘뚝심’
주택담보 채권 강제수용 발동

등록 2013-09-16 20:11수정 2013-09-16 20:56

게일 매클라클린 시장
게일 매클라클린 시장
시의회 표결서 ‘수용안’ 통과
현재 매매가로 은행서 인수
서민들 빚 탕감·상환 기회
2008년 9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부실화가 촉발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어렵사리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서민들이었다. 무리하게 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했는데,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이 하루아침에 반토막이 났다. 경제가 긴 침체기에 접어들자 일자리마저 흔들렸고, 임금은 갈수록 줄었다. 대출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기 어려워졌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집을 압류당하고 거리로 내쫓겼다.

미국 최대 부동산 정보 전문업체인 ‘리얼티트랙’이 12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신규 압류 대상 주택은 △채무 불이행 통보 △경매 처분 개시 △은행으로 소유권 이전 물건을 포함해 모두 12만8560채에 이른다. 이 업체는 “8월 한달에만 미국 주택 1019채 가운데 1채가 압류됐다는 뜻”이라며 “그나마 7월보다 2%,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34%나 줄어든 수치”라고 전했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미국의 주택 압류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단 얘기다.

해법은 없는 걸까? 인구 10만명 남짓한 캘리포니아주의 소도시 리치먼드가 벌이고 있는 ‘실험’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한겨레> 7월31일치 14면)

지난 7월 말 리치먼드시 정부는 32개 은행·대부업체에 서한을 보내 채무 불이행으로 압류 위기에 처한 주택 624채의 담보채권(대출금)을 (그보다 가격이 낮은) 현 매맷값 수준에 넘기라고 제안했다. 압류 뒤 경매 처분 외에는 채권을 회수할 방법이 없는데도 이 제안을 받아들인 금융기관은 단 1곳도 없었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값이 평균 35%가량 폭락했다. 일부 지역에선 낙폭이 50%를 넘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매맷값이 담보대출 원금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압류 위기에 처한 주택 소유주를 돕는 방법이 한가지 있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법에 따라 강제적으로 취득하는 조처인) 강제수용권을 발동하는 것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지난 6월10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리치먼드시 정부가 빼어든 ‘칼’도 바로 이것이다. 미국에서 처음이다. 반발이 없을 리 없다. 부동산업계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거나, “앞으로 리치먼드 시민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어렵게 될 것”이란 주장이 들끓었다.

시 정부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군소정당인 녹색당 출신으로 오큐파이 운동의 열성적 지지자인 게일 매클라클린 시장의 ‘뚝심’이 컸다. 리치먼드시 의회는 지난 11일 ‘압류 주택 강제수용안’을 표결에 부쳐 4 대 3으로 통과시켰다. 시행에 들어가면 압류 위기에 처한 주택 소유자들은 대출 원금 가운데 매맷값을 뛰어넘는 금액을 탕감받은 뒤 상환 계획을 다시 세워 대출금을 갚아나갈 수 있게 된다.

‘리치먼드 모델’은 빠르게 확산될 조짐이다. <시비에스>(CBS) 방송 샌프란시스코 지국은 “리치먼드를 주시해온 (캘리포니아주) 엘몬티 등 다른 중소도시에서도 비슷한 조처가 잇따를 전망”이라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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