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보험가입 접수 시작
첫날에만 280만명 누리집 접속
내년부터 5000만명 순차 의료보장
사실상 ‘전국민건강보험’ 가능해져
공화 “기업에 부담” 셧다운으로 맞서
오바마 “공화 일개분파가 이념전쟁”
첫날에만 280만명 누리집 접속
내년부터 5000만명 순차 의료보장
사실상 ‘전국민건강보험’ 가능해져
공화 “기업에 부담” 셧다운으로 맞서
오바마 “공화 일개분파가 이념전쟁”
미국 연방정부 폐쇄(셧다운·부분 업무 정지) 사태의 발단이 된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가 1일 시행에 들어갔다. 사전 안내와 가입을 위해 연방정부가 개설한 관련 누리집(healthcare.gov)에는 이날 하루에만 무려 280만명이 다녀갔다. 공화당이 장악한 미 하원은 오바마케어 시행을 연기해야 2014회계연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버티다 파행을 불렀지만, 오바마케어를 막지는 못했다.
2010년 3월 의회를 통과한 ‘오바마케어’가 본격 가동되는 내년 1월1일부터는 미국에서도 사실상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시행된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노령층(메이케어)과 빈민층(메디케이드)에 대한 의료 지원 제도와 직장 건강보험을 빼고는 철저히 개인에게 의료비 부담을 지우고 있는 미국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바 ‘선진국’ 가운데 전국민 의료보장제도를 갖추지 않은 나라는 미국이 유일했다.
사전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면, 경제적인 이유로 건강보험에 아예 가입조차 못한 약 4990만명(미국 인구의 16.3%)의 미국인들도 순차적으로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최근 보고서에서 “오바마케어를 통해 2014년 말까지 약 1400만명, 2020년까지는 약 2500만명의 건강보험 미가입자가 의료보장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화당 쪽은 크게 두가지 논리로 오바마케어에 반대해왔다. 첫째, 소규모 사업장까지 노동자 의료보장을 제도화하면 기업 부담이 커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다. 둘째, 개인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연방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란 논리다. 막대한 정치자금을 쏟아부은 민간 건강보험업계의 조직적인 로비가 이런 주장의 배후에 있다는 게 미 언론의 공통된 지적이다.
건강보험 개혁 문제로 미 연방정부가 폐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3년 집권 직후 ‘국가 의료제도 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당시 이를 주도한 이가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개혁은 공화당의 반발에 밀려 좌절했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을 석권한 공화당이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며 행정부를 압박했고, 결국 셧다운 사태를 불렀다. 현재 공화당을 장악한 ‘티파티’의 이데올로그로 통하는 윌리엄 크리스톨 <위클리 스탠더드> 발행인의 부친이며, 1980~90년대 미국 보수파의 정신적 지주로 통한 어빙 크리스톨은 당시 “연방정부가 미국 경제에 전례없는 간섭을 하게 만드는 건강보험 개혁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건강보험 개혁이 성공한다면, 연방정부가 주도하는 중앙집권적 복지정책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오바마케어’ 시행을 기념해 1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셧다운을 ‘이념전쟁’으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일개 헌법기관인 하원을 장악한, 일개 정당(공화당)의, 일개 분파(티파티)가 정부 기능을 마비시켰다. 이유는 단 하나, 일개 법률(오바마케어)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벌이고 있는 ‘이념의 십자군 전쟁’ 탓에 연방정부가 폐쇄되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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