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
지난달 베를린서 북 리용호 만나
“대화 시작 초기에 이뤄질 조처”
지난달 베를린서 북 리용호 만나
“대화 시작 초기에 이뤄질 조처”
조엘 위트(사진) 전 미국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9일(현지시각)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을 이행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독일 베를린에서 6자회담 북한 쪽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만난 위트 전 담당관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고, “이는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대화를 시작하는 초기에 이뤄질 수 있는 조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시험 모라토리엄의 경우 인공위성 발사 시험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태도”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정부는 대화를 재개하려면 북-미 2·29 합의 이상의 비핵화 사전 조처를 이행하라고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2·29 합의에서 북한 쪽 이행 사항은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우라늄 농축 활동을 포함한 영변 핵활동 임시 중지 및 이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허용 등이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북한의 이런 제안은 미국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 쪽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영변 핵시설 방문을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북한 쪽이 신뢰구축 조처의 일환으로 2·29 합의 수준의 비핵화 조처를 취할 의지는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29 합의가 깨지게 된 결정적 계기인 ‘인공위성 발사 시험’을 북한 쪽이 이번에도 모라토리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인공위성 발사 시험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성 발사 허용 여부는 북-미 간의 과거 협상 때도 여러 차례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는 대신, 중국 또는 러시아 등에서 북한의 위성을 대신 발사해주는 방안을 미국이 제안한 바도 있다. 북한이 이번에도 이런 방안에 대한 협상 의지를 내비친 것일 수도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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