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후폭풍이 잘 나가던 미국 경제에 제동을 걸 것인가?
최대 피해가 난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등 3개 주의 경제 규모는 미 전체의 3%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번 피해는 ‘매우 민감한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에’ 발생했다. 원유 공급이 빠듯하고 고유가 여파가 본격적으로 물가와 소비에 부담을 주기 시작한 시점에, 미 최대 원유 생산·정제·유통시설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제분석가 에드워드 멕컬비는 30일 “고유가로 인플레와 소비 위축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재난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피해가 ‘석유 수급 불균형 심화→고유가 행진 지속→본격적인 인플레이션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방아쇠’ 구실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날 국제 유가는 한때 배럴당 70달러를 웃돌았으며, 가솔린 값은 20%, 난방유 값은 8%나 급등했다. 모건스탠리는 “지금까지는 왕성한 소비 증가가 유가 상승을 커버했는데, 이번 허리케인 피해는 공급쪽 요인이어서 상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미 광물관리국(MMS)은 하루 석유생산 차질이 14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비관적인 전문가들은 카트리나의 여파로 미 경제 성장률이 올 3분기에는 0.2%포인트, 4분기에는 0.5%포인트 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미 국채 수익률은 0.08~0.11%포인트 급락했다. 일부에선 카트리나 후유증이 심각할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진작을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멈출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허리케인 재해 복구 과정을 보면, 건설 붐 등이 일면서 오히려 경제에는 플러스 효과를 거둔 전례가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더그 우드워드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위축될지 모르나, 6개월 이내에 정부 지출 등의 효과가 피해를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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