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상실” “완전한 배반”
서로 공개적으로 맞비난
서로 공개적으로 맞비난
* 티파티 : 강성 보수 유권자단체
미국 공화당 지도부와 공화당의 중요 지지세력인 유권자단체 티파티 운동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주고받으며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은 13일 의회에서 티파티 등 보수단체들에 대해 “그들은 모든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 세력들이 지난 10월 공화당 의원들로 하여금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폐지를 요구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를 초래하게 한 데 이어, 이번엔 민주당과 합의한 예산안 통과를 반대하도록 요구한 것에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공화당은 셧다운 사태 당시 민심을 크게 잃은 바 있다.
베이너 의장은 12일 공화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도 “그들(티파티)은 보수당의 원칙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더 많은 모금을 하고 조직을 확장하려고 당신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웃기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최근 보수단체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력 티파티 단체인 ‘티파티 패트리어츠’는 최근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베이너 하원의장이 티파티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고 경고했다고 의회전문지 <더 힐>이 보도했다. 이 단체는 베이너 의장을 ‘지배계급 정치인’이라고 규정하면서, “실제로는 ‘세금을 올려 재정지출을 늘리는 진보주의자’이면서 보수 정치인을 가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또 하원을 통과한 예산안에 대해 “복지지출에 대한 개혁도 없고 오바마케어의 재원을 모두 대주는 막후 협상의 산물로, 미국 국민에 대한 완전한 배반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 외에도 ‘헤리티지 액션’ ‘성장과 번영을 위한 클럽’ 등 다른 보수단체들도 하원을 통과한 예산안에 반대하면서 베이너 의장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화당 지도부와 티파티가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서면서 보수 진영의 ‘적전 분열’ 양상이 심해질 경우 내년 중간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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