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이 발간한 회고록 ‘임무‘(Dudy) /AFP 연합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 회고록서
“한국, 연평도 사건 때 보복 준비”
“한국, 연평도 사건 때 보복 준비”
2010년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한국 정부는 군용기와 대포를 동원한 대규모 보복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2006~2011년 미국 국방 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 전 장관은 14일(현지시각) 발간한 회고록 <임무>(Duty)에서 “한국의 애초 보복 계획은 군용기와 대포가 동원된 균형에 맞지 않게 공격적인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한반도 상황이 위험해질 것을 우려해 자신과 미국 대통령·국무장관·합참의장이 한국 카운터파트너들과 며칠간 통화해 사태 악화를 막았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중국도 북한 지도부를 상대로 상황을 누그러뜨리려고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게이츠 전 장관은 2007년 11월 서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며 “나는 그가 반미적이고 아마도 약간 정신나갔다(crazy)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아시아의 최대 안보 위협은 미국과 일본’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하며, 후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통령에 대한 이런 원색적인 비난은 매우 이례적이며 도가 지나친 것이다. 그는 이 회고록에서 자신의 상관이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전쟁 지도력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게이츠 전 장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2010년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리라 대화)에서 만났다며 “나는 정말 그가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정신력이 강하고, 현실적이고, 아주 친미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두달 전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이 유엔을 통해 북한에 경제·외교 제재를 해야 하며 북한이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이렇게 평했다.
게이츠 전 장관은 중국 군부 쪽과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논의를 시도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2009년 10월 쉬차이허우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만나 “북한 붕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 처리 등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는 게 상호 이익이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부주석의 대답은 ‘북한에 대한 당신의 견해에 대해 감사한다’는 게 전부였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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