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 시민들은 물론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까지 절망과 무력감에 빠뜨리고 있다.
도시 전체가 삽시간에 폐허로 변한 충격과, 눈앞에서 벌어지는 무법상황 앞에서 경찰관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500여명의 경찰관 가운데 수십명은 출근하지 않고 있다.
뉴올리언스 릴리 경찰서장 대행은 4일(현지시각) “경찰관 2명이 자신의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라며 “100명 이상의 경찰관들이 집에 갇혀 있거나 본부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 니건 시장은 <시엔엔>과 인터뷰에서 “자살한 경찰관들은 무력감과 외상성 증후군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목숨을 걸고 구조 작업에 나선 경찰관들 사이에도 좌절감이 번지고 있다. 경찰관들은 난민과 시신들 틈을 헤집고 다니다 수시로 무장강도들과 마주친다. 이들에겐 ‘사살 명령’이 내려져 있지만, 일부는 총대신 경찰배지를 집어던지고 있다. 일부 경찰관들은 법과 질서가 가장 필요한 때 임무를 포기한 동료들에게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이재민들이 머물렀던 슈퍼돔에서도 1주일 사이에 3명의 이재민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시>는 “피로와 허기에 지친 이재민들은 슈퍼돔에서 악몽같은 현실에 직면했다”라며, 한 여성이 화장실에서 강간당한 뒤 살해됐다고 전했다. 슈퍼돔에서 이재민들과 함께 생활했던 <에이피통신> 기자는 “패싸움이 벌어지자 20여명의 주방위군이 공포탄을 쏘았지만 먹혀들지 않았다”라며 “처음엔 조금 불편할 뿐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포를 느꼈다”라고 증언했다.
유강문 기자, 외신종합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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