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새해 국정연설(연두교서)을 하는 것을 부통령 조 바이든(뒷줄 왼쪽)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오하이오·공화당)이 듣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독자행동” 발언 배경은
“미국 사회는 제자리 걸음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 내놓은 새해 국정연설(연두교서)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1시간5분 남짓 연설을 하는 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차례 ‘독자 행보’를 강조하며, 의회 공화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연단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의 낯빛은 내내 굳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국정운영의 제1원칙으로 내세웠다. 그는 이날도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수많은 미국인이 그저 현상을 유지하느라 사상 최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사회의 경제적 상향 이동이 멈춰버렸다. 모든 이에게 고루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를 ‘실행의 해’라고 규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제는 의회다. 현재 미 의회는 ‘법안의 무덤’으로 불린다. 지난해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 사태에서 보듯,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중심으로 민주-공화 양당은 한치의 양보없는 극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 두당 지도부가 실업급여 연장의 시급성에 합의했으면서도, 관련 법안이 여전히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따져보면,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한 △연방 최저임금 인상 △연금제도 개혁 △법외이민자(이른바 ‘불법이민자’) 신분 보장 △예산·조세 제도 개편 등 ‘우선순위’ 과제는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언급한 것과 차이가 없다. 대부분 공화당의 반발에 밀려 추진하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연두교서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24가지 정책 약속 가운데 실제 실행에 옮겨진 것은 단 5개에 그친다. 야구선수의 타율로 따지면 2할0푼8리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혼자라도 간다’(go-it-alone)는 전략을 전면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저임금 10.10달러로 인상 첫발
공화당 장악 의회 극한대결 치달아
국정과제 24개중 5개 실행 그쳐
행정명령 ‘양날의 칼’ 분석도
공화선 “의회와 협력 포기” 불만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행정명령’(대통령령)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 채용하는 연방정부 계약직 공무원의 최저임금을 현행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인 연방 최저임금 인상 법안과 정확히 일치한다. 의회에 법안 통과를 압박한 셈이다. 그는 이날 연설 막바지에 “전국의 시장과 주지사, 주의회 의원들께 말한다. 연방의회가 행동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여러분이 합당한 조처를 취한다면 모두들 지지할 것”이라며 ‘추가 행동’을 촉구했다. 행정명령은 ‘양날의 칼’이다. 의회 차원의 후속 입법을 압박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되레 의회의 반발을 부추겨 정치적 공방만 가열시킬 수도 있다. 더구나 의회의 입법 활동과 달리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범위와 효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서도 조심스레 ‘우려론’이 나오는 이유다. 조지프 크롤리 하원의원(민주)은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행정명령을 통한 정국 운영이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쪽에선 “행정명령 발동을 강조한 것은 의회와 협력을 포기한 것이란 얘기”라며 반발했다. 벌써부터 “베이너 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대통령의 행정명령권의 법적 한계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말도 나온다. 설령 행정명령을 취소시키지 못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충분히 괴롭힐 순 있다. 11월 중간서거를 앞두고 보수 표밭을 다지는 데 유용하리란 뜻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직전 랜디 웨버 하원의원(공화)은 트위터에 “의사당에서 최고사령관 동지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민에게 거짓말만 일삼고 있는 사회주의 독재자말이다”라고 썼다. <뉴욕타임스>는 “과감한 개혁을 원한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5년이 지나자 행정명령을 통해 의회의 반발을 비껴가겠다고 위협하는 처지가 됐다. 의회를 통한 정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인정한 것뿐 아니라, 미래의 성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받아들인 셈”이라고 풀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공화당 장악 의회 극한대결 치달아
국정과제 24개중 5개 실행 그쳐
행정명령 ‘양날의 칼’ 분석도
공화선 “의회와 협력 포기” 불만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행정명령’(대통령령)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 채용하는 연방정부 계약직 공무원의 최저임금을 현행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인 연방 최저임금 인상 법안과 정확히 일치한다. 의회에 법안 통과를 압박한 셈이다. 그는 이날 연설 막바지에 “전국의 시장과 주지사, 주의회 의원들께 말한다. 연방의회가 행동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여러분이 합당한 조처를 취한다면 모두들 지지할 것”이라며 ‘추가 행동’을 촉구했다. 행정명령은 ‘양날의 칼’이다. 의회 차원의 후속 입법을 압박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되레 의회의 반발을 부추겨 정치적 공방만 가열시킬 수도 있다. 더구나 의회의 입법 활동과 달리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범위와 효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서도 조심스레 ‘우려론’이 나오는 이유다. 조지프 크롤리 하원의원(민주)은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행정명령을 통한 정국 운영이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쪽에선 “행정명령 발동을 강조한 것은 의회와 협력을 포기한 것이란 얘기”라며 반발했다. 벌써부터 “베이너 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대통령의 행정명령권의 법적 한계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말도 나온다. 설령 행정명령을 취소시키지 못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충분히 괴롭힐 순 있다. 11월 중간서거를 앞두고 보수 표밭을 다지는 데 유용하리란 뜻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직전 랜디 웨버 하원의원(공화)은 트위터에 “의사당에서 최고사령관 동지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민에게 거짓말만 일삼고 있는 사회주의 독재자말이다”라고 썼다. <뉴욕타임스>는 “과감한 개혁을 원한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5년이 지나자 행정명령을 통해 의회의 반발을 비껴가겠다고 위협하는 처지가 됐다. 의회를 통한 정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인정한 것뿐 아니라, 미래의 성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받아들인 셈”이라고 풀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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