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9일(현지시각) 신흥시장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QE) 규모를 추가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의 결정 이후 미국 증시를 비롯해 주요국 증시가 큰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터키 등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준은 28일부터 이틀간 금융·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월 750억 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다음달부터 6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축소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를 제로(0∼0.25%)에 가깝게 운용하는 초저금리 기조는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달러 줄이기로 한 데 이어 두 회의 연속으로 양적완화를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최근 터키 등 신흥시장의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고용 지표가 좋지 않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이 3%를 넘어서는 등 전반적 경기 상황이 양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성명에서 미국 경기 상황과 관련해 “최근 몇달간 호전됐으며, 앞으로도 완만한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또 “노동시장 지표는 혼재돼 있으나 추가로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고 실업률은 아직 고공행진을 하지만,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진 점은 앞으로 연준이 미국 경제에 큰 충격이 있지 않는 한 양적완화 축소를 지속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연준은 회의 뒤 성명에서 최근 신흥시장의 동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신흥시장의 동요가 미국 경제에 끼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양적완화 축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대가라는 인식을 연준 관리들이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이날 회의를 마지막으로 8년간 재임했던 의장직에서 31일 물러난다. 오는 3월 열리는 다음 회의는 재닛 옐런 차기 의장이 주재한다.
29일(현지시각)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89.77(1.19%) 떨어진 1만5738.79에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8.30(1.02%) 내린 1,774.20을, 나스닥 종합지수는 46.53(1.14%) 하락한 4,051.43을 각각 기록했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예상된 일이었지만, 이번 결정이 신흥시장의 불안을 더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급격한 이탈을 막으려는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노력은 이날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29일 오전 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오후에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러시아 루블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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