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카트리나 늑장 대처’ 논란이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대법원장에 존 로버츠 대법관 지명자를 지명하고, 뉴올리언스를 다시 방문하는 등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의 ‘무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은 4일 부시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정부의 카트리나 대처 과정을 조사할 독립적인 위원회 설치를 촉구했다. 그는 “정부가 참사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대처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시엔엔>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허리케인 피해자들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의 공세는 카트리나 참사를 정치쟁점으로 부각시켜 다가올 선거전에서 공화당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카트리나 피해자들의 대다수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 빈민층이라는 점 등도 민주당의 공세적인 태도를 부추기고 있다. <아에프페통신>은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 주정부의 민주당 인사들도 부시 행정부 비난에 가세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시엔엔>과 인터뷰에서 정부에 대한 ‘정치적 비방’을 멈추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재난 구조에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아들 부시 대통령을 옹호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정부의 어설픈 카타리나 대처가 안 그래도 이라크 수렁에 빠져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진 부시 대통령에게 상처를 입힐까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카트리나 공방은 국민 여론마저 양분했다. <워싱턴포스트>와 <에이비시뉴스>가 지난 3일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7%가 부시 대통령의 대처에 불만을 표시했고, 46%는 만족을 표시해 평가가 확연하게 갈렸다. 응답자들의 정당 지지성향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카트리나 대처를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방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6일부터 문을 여는 상원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빌 프리스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5일 “회기를 재개하면 카트리나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츠 대법원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도 두 당 사이에 드리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유강문 기자, 외신종합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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