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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가톨릭계 고교, 미혼모 교사 해고에 복직 청원 봇물

등록 2014-03-03 17:20

“혼전 임신은 교리에 어긋나” vs “해고는 차별금지법 위반”
수녀회 입회하려고 견습수녀가 신생아 살해한 사건도 발생
교리와 실정법의 충돌 빚어지며 가톨릭교계 딜레마에 빠져
미국에서 가톨릭 교리와 실정법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사건이 일어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몬태나주의 가톨릭계 버트 센트럴 고교에서는 임신한 미혼 교사를 해직시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 등 현지 언론은 이 교사의 복직 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쉘라 에번슨은 이 학교에서 8년간 문학과 체육을 가르쳐 온 ‘비신자’ 교사다. 학교 쪽에 임신 사실을 숨겨왔으나, 그의 임신을 알리는 익명의 투서가 학교로 날아들었고 이후 해고됐다. 몬태나주 노동법은 결혼 관계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임용 당시 에번슨한테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받았고, 이를 근거로 에번슨을 해고했다. 학교 쪽이 주장하는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에는 혼전 임신과 낙태, 동성애 등이 포함돼 있다.

온라인 신자 모임인 ‘페이스풀 아메리카’의 한 관계자는 애초 1만5000명을 목표로 에번슨의 복직을 요구하는 청원 운동에 돌입했는데, 목표치보다 7000명을 초과한 2만2000여명이 서명했다. 임신 8개월째인 에번슨은 조만간 ‘차별 금지법’ 위반 혐의로 학교 쪽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2010년 낙태를 이유로 해고된 가톨릭 학교 여교사가 학교에서 17만달러의 배상금을 받은 바 있어, 에번슨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실정법과는 별개로, 가톨릭의 교리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에번슨의 친구인 랜킨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나서서 변화를 요청하는 것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 미혼모가 낳은 아기들의 세례를 거부한 사제를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시스티나 성당에서 미혼 커플의 아기를 상대로 세례를 배푼 적이 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그런가 하면, 미혼 여성에게만 열려 있는 가톨릭 수녀원 입회 자격을 얻으려고 수녀가 갓 낳은 신생아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일도 있었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은 지난 28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빈자를 위한 작은 자매들’ 수녀원의 ‘견습 수녀’가 몰래 아이를 낳은 뒤 살해한 사실을 법정에서 인정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견습수녀인 소세피나 아모아(26)는 남태평양 사모아 출신으로, 지난해 10월5일 미국에 왔다. ‘빈자를 위한 작은 자매들’이라는 수녀원에 입회하는 데 필요한 5개월 과정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아모아는 만삭의 임신부였으나, 수녀원 쪽에 건강 상태와 성생활 등을 속였다.

진실을 마주할 순간은 닷새 만에 들이닥쳤다. 지난해 10월10일 오전 아모아는 물리적으로 무릎을 꿇는 게 힘들어지자 수녀원 쪽에 ‘기도 면제’를 요청했다. 방으로 돌아간 그는 아무도 몰래 혼자 아들 요셉을 낳았다. 아모아의 진술을 보면, 그는 선 채로 아기를 낳았고,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부딪혔으며, 그 충격으로 2~3분간 내리 울었다. 아모아는 우는 아기의 입에 조용히 천을 갖다 댄 뒤, 2~3분간 손에 힘을 줬다.

아모아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한 뒤,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려고 입을 막았다”며 “패닉과 쇼크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라고 변호했다. 그러나 아모아는 사건 이후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수녀원의 한 자매에게 “밖에서 숨진 아이를 발견했다”고 알렸다.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이 동료 수녀는 가방에 든 아기의 숨이 이미 멎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아모아와 함께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부검 결과 아기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검찰은 아모아가 최대 30년형이 가능한 고의 살인 혐의를 인정했으며, 4~10년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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